[kjtimes=정소영 기자] 삼성의 시작장애인 안내견 사업이 20주년을 맞았다.
지난달 23일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삼성화재 대강당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20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다. 전용배 삼성화재 부사장을 비롯해 안내견을 위탁 운영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 조병학 전무와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직원 및 자원봉사자 250명이 참석했다.
삼성화재 안내견 사업은 지난 1993년 국내의 성숙한 애견 문화를 선도하고, 동시에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돕기 위해 시작됐다.
1994년 4월 첫 안내견을 배출한 이후 20년간 사업을 지속해 왔으며 해마다 10마리 내외의 안내견을 무상 기증해, 총 164마리가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 왔다.
안내견을 기증 받은 이들은 대학생부터 교사, 공무원, 피아니스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의 일원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중학교 영어선생님 김경민씨의 눈은 래브라도 리트리버종인 ‘미담’이다. 미담이는 지난 2007년 대학 새내기 시절부터 그녀의 곁을 지켜왔다. 김씨는 생후 1개월에 녹내장 판정을 받고 26차례나 수술을 받았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 시력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학업에 대한 열정이 강했던 그녀는 2005년 TV드라마 ‘내사랑 토람이’에 나왔던 안내견의 기억을 살려 안내견학교에 신청서를 접수했다.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큰 터닝포인트가 된 순간이었다.
2011년 가을 7학기째 숙명여대 문과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김씨는 교사 임용고시에도 바로 합격해 안내견 파트너로는 처음으로 일반학교 영어교사로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김씨는 “미담이는 분신 또는 가족 이상의 존재로 너무 고맙고 소중하다”며 “삼성 덕분에 20살 때 미담이를 선물받은 것은 제 인생에서 너무 큰 변화였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의 안내견 20주년을 맞아 앞으로 다른 사람들도 저와 같은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고 꾸준히 안내견을 양성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태어나면서부터 선천성 시신경위축으로 앞을 전혀 볼 수 없었던 신혜씨도 안내견 미래와 만나 시각장애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신혜씨는 안내견 덕분에 친구도 더 쉽게 사귈 수 있었다. 대학시절 후배들에게는 농담삼아‘미래도 똑같이 수업을 들었으니 선배대접을 해야한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미래는 신혜씨가 교사로 발령받아 교단에 처음으로 오르는 순간에도 그녀의 곁에서 기쁨을 함께 나눴다. 서울 종로구 청운중학교 국어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신혜씨가 학교에 출근하면 미래는 그때부터 교무실에서 대기한다.
미래는 학교에서 스타다. 쉬는 시간만 되면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미래를 보기 위해 교무실을 찾아오기 때문이다. 신혜씨는 미래의 인기에 오히려 질투를 느낄 정도라고 한다.
삼성의 안내견 20주년 소식을 접한 신혜씨는 “삼성에서 제공한 안내견 덕분에 오늘 이 자리가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며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안내견의 존재가 더욱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인식되길 바라고 개들 가운데 동안인 ‘미래’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안내견이 소개된 초창기(90년대초)에는 장애인 보조견에 대한 인식 부족과, 반려견 문화도 성숙되지 않아 당시의 안내견들은 식당에서 거부당하거나 공공시설 출입을 제한받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안내견 양성에 적극적으로 힘을 보탠 자원봉사자 600가정(퍼피워킹, 은퇴견봉사, 견사자원봉사, 번식견 홈케어)의 활동과 2000년 개정된 장애인 복지법 40조(장애인보조견에 대한 규정)등 제도적 지원에 힘입어 차츰 인식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삼성의 안내견 활동은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02년 세계안내견협회(IGDF)총회를 한국에서 개최했으며, 당시 안내견 양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건희 회장은 IGDF로부터 공로상을 수상했다.
23일 열린 기념식에서는 안내견을 기증받을 시각장애인 6名과 그 가족이 함께 참석해 뜻 깊은 기증식을 가졌다. 기증되는 안내견의 성장과정을 담은 소개영상 상영, 1년 동안 어린 자견을 맡아 길러준 자원봉사자에 감사장 전달, 안내견기증 順으로 진행됐다.
이 날 기증식에서 홍상모(54세,男), 김경식(52세,男), 최병분(54세,女)氏 등 3명은 기존 안내견이 은퇴해 대체 기증받았으며, 고보경(20세,女), 김영신(22세,女), 이정헌(23세,女)氏 등 대학생 3명은 새롭게 안내견을 기증 받았다.
또한 안내견 활동 20年을 정리하는 기념영상 상영과 안내견 사업에 공헌한 자원봉사자와 훈련사에 대한 감사패 수여, 그리고 20주년 기념수기집을 출간하는 시간도 함께 가졌다.
이 날 발간된 기념수기집 '너를 만나 고마워'에는 20년간 안내견 사업에 참여한 자원봉사자(8名), 안내견학교 임직원(4名), 안내견 파트너(8名) 등 20명의 수기가 에세이 형태로 정리돼 있다.
‘너를 만나 고마워’는 일반 서점에서도 판매되며 판매 수익금 전액은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을 위해 기부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삼성화재 본사 1층에서는 20주년을 기념한 '안내견 사진전'을 열어 일반인들에게 공개했다. 현재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삼성화재가 삼성에버랜드에 위탁하여 운영 중이며, 경기도 용인에 위치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