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권찬숙 기자]일본 정부가 문재인 정부가 계속되는 한 규제도 지속할 것이란 입장을 시사했다. 이는 한국과 일본간 마찰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춘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수출규제를 담당하는 일본 경제산업성의 한 고위 간부는 "(우리의) 수출 관리보다 전 징용공 문제에 대한 한국 쪽 대응이 수십배 지독한 행위다"라며 "문재인 정권이 계속되는 이상 (규제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사태가 장기전으로 갈 것으로 전망했다.
아사히신문은 한국은행이 지난 18일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한일간 대립이 장기화 양상을 보인다는 취지의 기사에서 경제산업성 고위관계자의 이같은 말을 소개했다.
이 간부의 발언은 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일본 정부의 중재위 구성 요구에 응하지 않는 한국 정부를 비판하면서 사실상 이번 수출 규제가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임을 시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일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간산업의 핵심 소재로 쓰이는 3개 품목의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한 이후 줄곧 징용배상 판결에 대한 대항조치가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수출규제를 담당하는 주무부처인 경제산업성 고위 간부가 '문재인 정권이 계속되는 한 규제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발언함으로써 이번 조치가 사실상 징용배상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에 정치적인 해결을 압박할 목적으로 취한 보복 조치임을 인정한 셈이 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애초 수출 규제를 단행한 주된 이유로 징용 배상 문제의 해결책을 한국에서 제시하지 않아 "신뢰가 심각하게 손상됐다"는 점을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이 거론하는 등 징용배상 판결과 신뢰문제를 연결지어 수출규제를 강화했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다가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를 부당한 무역거래로 간주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자 최근에는 '수출 관리의 적절한 운용에 필요한 재검토'라고 입장을 바꿨다.
아사히는 또 일본 측이 장기전을 벌일 태세인 가운데 수출 규제 영향이 일본에서도 나오기 시작했음도 전했다.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품목인 고순도 불화수소(반도체 세정제)를 생산하는 모리타화학공업 관계자는 "수출할 수 없게 된 사례는 아직 표면화되지 않았지만, 절차가 복잡해졌다"고 우려했다.
아사히신문은 "한국산 반도체는 다국적 기업의 스마트폰 및 TV 제조 등에 사용되기 때문에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부품 공급망을 통해 세계적 생산 시스템에 영향을 주고 그로 인한 비판이 일본으로 쏠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