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지아 기자] "예상은 했지만 이번 달에 저희 회사에서 결혼하는 커플만 3쌍이예요. 축하는 하지만 축의금이 한꺼번에 나가니까..."
대기업에 다니는 손 모씨(28세)는 최근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결혼식 초대 3번, 돌잔치 초대를 2번이나 받았다. 다음달에도 동창 결혼식이 있고, 사촌언니네 둘째 조카의 돌잔치가 기다리고 있다.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끼지 않아도 되는 코로나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지금, 축의금이며 금반지를 사는 이전의 그리웠던 일상을 만끽하기엔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손씨는 "코로나19 때에는 친한 친구가 결혼식을 가족끼지 조촐하게 치루고 SNS로 소식만 전해와서 오히려 서운했었다"며 "최근엔 좋은 소식들이 연달아 들어오니까 반갑고 좋기도 하지만, 한달 지출이 갑자기 너무 많아져 걱정이다"고 전했다.
경기도 분당 B예식장의 경우, 예식장 예약이 오는 10월까지 모두 끝났다. 예식장 K매니저는 "코로나19때에는 결혼식을 하더라도 식당은 예약을 하지 않고 예식만 간단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혼식장 안에도 백신 접종 여부에 따라 하객들을 소수 입장할 수 있도록 해 조금은 허전한 결혼식이 진행됐었다"며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문의전화가 잇따랐고, 예식 예약을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15일 모 언론에서는 2년간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던 결혼식 문화가 다시 활성화 되면서 때아닌 직장인들의 '축의금부담' 멘트가 퍼져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전히 해제되면서 그동안 결혼을 미뤘던 예비부부들이 식장으로 쏟아져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역대 최저인 19만3000건이었다.
코로나19 영향은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를 찾아 축하를 받아야 할 결혼식도 피해가지 못했다. 하지만, 거리두기 제한이 풀린 이후에는 예약이 빈 결혼식장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분위기가 180도 반전됐다고.
서울의 주요 호텔들은 일부 날짜와 시간대를 제외하면 내년 4∼5월까지 웨딩홀 예약이 꽉 찬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롯데호텔 한 관계자는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난달 초부터 예약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며 "수백 명 이상 받을 수 있는 대형 웨딩홀에 대한 문의도 많다"고 전했다.
신라호텔 한 관계자는 "거리두기 영향으로 직계 가족이나 식구들끼리 '스몰 웨딩'을 하던 문화에서 이제는 '오면 좋고, 안 와도 상관없다'는 의식으로 회사를 비롯한 동호회, 인터넷 SNS 사회망 지인까지 청첩장을 전달해 주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년간 축의금의 '물가', 금값이 오른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돌잔치를 초대받아 방문했다는 직장인 안 모(32)씨는 "금 한돈 값이 너무 올라서 반지를 사주면서도 부담이 컸다. 현금으로 축하를 하려고 해도 금시세를 알고 나니 얼마나 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며 "인터넷으로 카톡으로 축의금을 내고, 축하를 하던 코로나19 시대가 살짝 그리워졌다"고 푸념했다.
경희대학교 최모 교수는 "2년이 넘는 코로나19로 결혼, 가족잔치에 대한 문화도 폐쇄적으로 변했다가, 서서히 개방적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라며 "너무 한꺼번에 변화하려는 태도 보다 적당한 마음의 거리두기, 축하의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지금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