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정소영 기자] 한국산업은행(KDB), 한국수출입은행(KEXIM) 등 공적 금융기관들이 기후위기로 인한 가스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지난 10년(2013년~2023년)간 LNG 운반선 사업에 679건, 약 55조 90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한 해만 약 17조 9000억원(약 140억달러)의 금융을 지원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기후단체 기후솔루션은 지난 28일 'LNG 운반선: 가스 확장의 최전선 뒤 숨겨진 산업' 보고서를 내고, 공적금융기관과 공공기관이 좌초자산 전락 위험이 있는 LNG 운반선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한 것은 자칫 '밑 빠지진 독에 물 붓기' 상황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LNG 운반선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한 금융기관은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을 비롯해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 한국해양진흥공사(KOBC),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등이다.
지원 금액 순으로 보면 한국수출입은행(31조 8000원, 268억달러)이 가장 많았고, 한국산업은행(12조 8000억원, 106억 달러), 무역보험공사(6조 9000억원, 60억 달러), 한국자산관리공사(3조 9000억원, 31억 달러), 한국해양진흥공사(6000억원, 5억 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한국 공적금융의 LNG 운반선에 대한 천문학적인 금융지원 뒤엔 지난 10년 새 빠르게 확대된 LNG 시장이 있었다"며 "이 같은 현상에서도 알 수 있듯 정부와 조선업계에서는 LNG 운반선 수주를 조선업의 호재로 여기는 경향이 크다. 실제로 클락슨(Clarksons)에 따르면, 국내 3대 조선사인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전 세계 발주 된 LNG 운반선의 79%(252척)를 건조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후위기에 따른 세계 에너지 전망의 최근 흐름을 보면 국내의 이런 인식이 오히려 더 큰 재난으로 돌아올 위험이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조선소 기록적 LNG 운반선 수주 뒤에 국내 공적금융의 대규모 금융 지원 있었다"
보고서는 국내 조선소의 기록적인 LNG 운반선 수주 뒤에 국내 공적금융의 대규모 금융 지원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지난 10년간 LNG 운반선에 투자된 금융지원 대상 (조선소, 선주사)과 금융 상품 유형(대출, 보증)에 따라 금융 지원 상품 유형(▲조선소 금융(조선소, 대출) ▲조선소 금융지원(조선소, 보증) ▲선박 금융(선주사, 대출) ▲선박 금융지원(선주사, 보증))을 분석한 결과, 기관들의 금융지원 총액은 매해 2~6조원 사이를 오가며 평이한 수준을 보였으나, 2022년은 국내 조선소의 LNG운반선 수주물량이 증가하면서 공적금융의 지원 규모도 약 17조 9000억원(USD 140억달러)로 폭증했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그 중에서도 '조선소 금융지원'의 액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해당 유형의 대부분을 차지한 금융 상품인 '선수금 환급보증' 규모가 늘어난 게 주요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금환급보증은 선박 건조 중 문제가 생겼을 때 조선사가 받은 선수금을 은행이 선주사에게 대신 갚아주는 보증으로, 선박 수주 계약에서 선박인도까지 수년이 걸리는 해운 산업 특성 상 투자 위험 완화를 위한 선주사들의 요구에 응하기 위해 제공된다"며 "2022년 조선소 금융지원액 총 규모는 9조 7000억원(약 76억달러)으로 2021년 대비 3배로 증가했는데, 이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LNG 운반선 발주 물량의 수주 과정에서 공적 금융이 보증을 제공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부연했다.
또한 보고서는 금융 측면에서 공적 금융기관이 좌초자산에 투자하는 것도 문제지만, 한국의 공적금융이 LNG 운반선에 막대한 금융을 제공하는 것 자체가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을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현재 동아시아 3국의 공적금융의 화석연료 지원에 대한 전세계적인 압력이 커짐에 따라 한국의 LNG선 금융 지원에도 비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021년 영국, EU, 미국, 캐나다 등을 포함한 39개국 공적금융기관은 화석연료 투자를 중단하는 '글래스고 선언'에 서명하고 재생에너지 금융의 전환을 약속한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이미 전세계 주요 환경단체들은 해외 화석연료 금융 1, 2위를 달리고 있는 한·일 정부에 신규 화석연료 금융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글로벌 해운 리서치 업체 클락슨에 따르면, 전세계 LNG 운반선 규모는 지난 2014년 325척에서 2023년 970척(건조중인 320척 포함)으로 약 300%나 증가했다. 특히, 지난 2022년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파이프라인 가스 공급망 문제와 카타르의 LNG 선박 신환 프로그램으로 165척의 전례없는 선박 발주가 이뤄졌고, 26일 기준 조선소에서 발주된 LNG 운반선은 현재 운영 중인 LNG 운반선(672척)의 절반에 해당하는 337척에 달한다.
미국의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the Institute for Energy Economics and Financial Analysis, IEEFA)는 올해 2월 보고서를 통해 LNG 가격의 지속적 상승, 유럽의 가스 소비 감소, 에너지 전환 등의 이유로 인해 향후 몇 년간의 글로벌 LNG 수요 전망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올해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가 발표한 넷제로 보고서에 따르면, 넷제로 시나리오 기준 2030년까지 가스 수요가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가장 낙관적인 LNG 수급 시나리오에서도 가스 수요는 2030년 이전에 정점을 맞이하고 하락곡선을 그려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더해, 독일 씽크탱크 클라이밋 애널리틱스(Climate Analytics)도 지난 5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현재의 LNG 선박 발주량은 공급 과잉의 위험에 직면해 있으며,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조선산업의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기후솔루션의 오동재 연구원은 "올해 전례 없는 기후위기를 경험하면서 화석연료의 확장 중단의 필요성이 전세계적으로 강조되고 있다"며 "LNG 산업은 석탄 산업이 지금 겪고 있는 것처럼 막대한 평판 위험과 좌초 위험을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LNG 운반선은 LNG 밸류체인 확장을 잇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LNG선 시장의 확장에 기여하는 선주사, 금융 기관, 핵심 기자재 업체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더불어 최근 빠르게 늘어나는 해외 선주사들의 '투기성 발주'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투기성 발주'란 선박의 최종 사용자(End-User)와의 장기 용선 계약 즉 선박 사용 계약 없이 단순한 선박 시장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선박을 발주하는 것을 말하는데, 실제로 전 세계 LNG운반선 발주 물량 중 39%(124척)이 투기성 발주였다.
보고서는 이 같은 투기성 발주 선박은 시황 호조를 기대한 것이므로 시장을 교란시키고, 선박 가격을 과도하게 상승시켜 국내 조선소와 공적 금융기관에 더 큰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LNG운반선에 대한 공적 자금 지원은 큰 리스크가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공공 및 민간 금융기관은 신규 LNG 운반선에 대한 금융 지원 중단 ▲선주는 불안한 LNG 운반선 시장에 참여하는 것을 중단 및 파리협약에 부합하도록 조정 ▲조선소는 재생에너지 분야로 혁신을 다각화해야 해운 시장의 이해관계자들이 리스크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 주저자로 참여한 신은비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값싼 금융 지원이 없다면, 투기성 발주가 늘어날 수 없다. 지난 2016년 이후부터는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하는 미국의 사모 펀드들까지 LNG 선박 시장에 진입해 한-중-일 공적 금융 기관들의 낮은 금리의 대출 지원을 등에 엎고 척 당 약 3000억원 (265억달러)에 이르는 고가의 LNG 선박을 발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적 금융 기관들은 화석 연료인 LNG 수송 선박에 대한 금융과 보증을 제공할 때 시장 참여자들이 남용하는 기후비용이 반영될 수 있도록 더욱 엄격한 위험 관리 조건들을 적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