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지아 기자]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의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곳곳에서 분양 일정을 미루거나 분양 계획을 아예 잡지 못하는 아파트가 늘어나고 있다. 일명 '유령아파트'가 늘고 있다. '유령아파트'는 정상적인 분양 시기를 놓친 이른 바 경기 악화로 분양 일정을 소화하지 못한, 준공 승인까지 받고도 분양을 하지 않은 '입주민 0명의 아파트'를 말한다.
대우건설(대표 백정완)이 시공하고 (주)파이오니아상인(대표 김상윤)이 시행을 맡은 '상인푸르지오센터파크'도 이런 소문에 시달리고 있다. 990가구 규모, 깔끔한 조경과 최신식 어린이 놀이터도 갖췄지만 인근에선 '유령아파트'로 불린다.
현재 '상인푸르지오센터파크'는 지난 4월30일 준공승인을 받았다. 이후 50일이 넘도록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는 "올해에만 대구에서 후분양을 진행한 반고개역푸르지오와 힐스테이트황금역리저브, 선분양한 칠곡 두산위브더제니스센트럴시티 등 여러 아파트가 처참한 청약률을 기록했다"며 "이런 추세라서 분양을 계속 연기하고 있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특히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자체(대구시)가 조사하는 '미분양 공동주택'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대구시는 앞서 4월 기준 '준공후 미분양 주택'을 조사해 "1510가구이며, 3월 1181가구보다 27.85% 증가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악성 미분양이라고 불리는 '준공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9월 714가구 였다가 10월 903가구로 증가세로 돌아선 이후 현재까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도 전했다.
이 조사에서 상인푸르지오센터파크의 990가구는 빠졌는데, 통계에 포함되면 대구시 전체 준공후 미분양 주택은 2499가구로 기존 발표보다 65.49% 늘어나는 셈이다.
◆자본잠식 시행사도 문제... 상인푸르지오센터파크의 현주소
일각에서는 '상인푸르지오센터파크'가 입주자 모집 공고를 진행한다고 해도 분양 사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시행사의 열악한 경영상태 때문이다.
아파트 시행사인 (주)파이오니아상인이 금감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의 재무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자본총계는 -1363억9200만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매출이 0원인 상태에서 각종 비용은 계속 발생, 당기순이익은 -274억원에서 -500억원으로 1년 새 두배나 늘었다. 남아있는 현금도 59만원이다.
회계법인조차 감사보고서를 통해 "급격한 금리인상과 부동산 경기 악화로 재무제표 작성에 전제가 되는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해당 법인이 존속될 수 있는지 의문을 표시했다 .
언론과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시행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총액은 5205억원으로 만기일은 올해 7월까지다. 여기에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PF 대출 차입금과 관련해 3742억원 가량을 보증을 선 사실도 드러났다.
시행사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면,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일부라도) 금액을 대신 갚아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대구지역 '준공하고도 분양 못하는 아파트들' 줄줄이
대구시 수성구를 중심으로 살아나는 듯한 대구지역 부동산 시장은 보합세에 접어들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구시 아파트 거래량은 8371건으로 전년 동기간 6668건 대비 25%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대구 부동산 시장 전체로 봤을 때는 아직 시기상조다. 여전히 대구 분양 시장은 적체 상태다. 달서구 '대구푸르지오시그니처'(993가구), 남구 '대명자이그랜드시티'(1501가구)는 2022년 분양에 돌입했으나, 아직까지 입주자 모집을 마치지 못했다.
여기에 앞으로 나올 분양 물량도 남아있다. DL이앤씨는 대구 지하철 1·3호선 환승역인 명덕역 인근에서 'e편한세상명덕역퍼스트마크'(1116가구)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단지 맞은편에 있는 '대봉서한이다음' 올 10월 완공 예정이나, 아직 미분양 상태다.
◆'후분양' 강조 상인푸르지오센터파크, "하자없게, 직접 상태 확인, 신뢰도 높일 것"
이같은 우려가 계속되자 '상인푸르지오센터파크' 시행사 측은 후분양 방식 채택을 강조하고 나섰다. 후분양 방식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선 "최상의 품질을 보증하고, 고객들에게 하자 없는 아파트를 제공하기 위해서다"고 밝혔다.
후분양 아파트의 가장 큰 장점은 구매자들이 완공된 주택을 직접 확인하고 계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선분양 방식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하자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후분양은 구매자 입장에서는 하자 부분을 다 확인한 뒤에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나름 안심이 된다"라며 "선분양은 건물을 짓기도 전에 계약을 완료하고 정해진 입주기간에 맞춰 잔금을 치르는 등의 절차가 있어 하자가 다수 발생했더라도 계약을 해지하거나 입주를 미루는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시행사와 시공사인 대우건설 측은 "고객들에게 가장 좋은 분양 타이밍에 분양하기 위해 시기를 조율 중이다"며, "합리적이고 가장 좋은 방식으로 분양을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를 두고 주택업계 관계자는 "후분양 방식은 구매자들이 완성된 주택을 직접 보고 선택할 수 있어 신뢰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상인푸르지오센터파크가 이번 후분양을 어떻게 마무리 하는지에 따라서 이후 분양 시장에 변화가 올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