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지아 기자] 수십억원대 달하는 불법 대출 의혹으로 압수수색 등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던 NH농협은행(이하 농협은행). 검찰의 압수수색은 지난 2월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당시 대출 담당 직원으로 알려진 50대 A씨가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경찰에 따르면, 지난 3월 4일 인천 서구 한 주차장의 주차 중인 차량 내부에서 농협은행 본사 직원인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직원은 지난 2월부터 검찰이 수사중인 NH농협은행 불법 대출 의혹과 관련 모 부동산개발업체의 대출 심사를 담당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찰은 우선 직원 A씨의 죽음에 타살 흔적 등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으며, 기타 구체적 사망 경위를 조사 중에 있다.
◆ 2년간 두 명의 대출 담당 직원 '극단적 선택' 왜?
앞서 지난 2월 6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불법 대출 정황을 포착하고 농협은행 본사와 모 부동산개발업체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이 그룹이 30억에서 40억원대에 이르는 불법 대출을 받았다고 보고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한 직원도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었으나 아직 수사가 진행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이같은 수사는 앞서 지난 2023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농협은행이 건축비 대출을 위한 신용보증기금 보증서를 모두 받기 전에 미리 모 부동산개발업체 지주회사인 A홀딩스에 100억원대 대출을 승인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부터 시작됐다.
현재 NH농협은행측은 언론의 취재에 대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취재를 시도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사실 농협은행에서는 지난해 8월에도 비슷한 금융사고가 한 차례 발생했다. 다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농협은행 지점에서 4년간 117억원을 횡령한 직원이 내부 감사가 시작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내부 감사는 직원의 사망으로 중단됐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당시 농협은행은 서울 시내 한 영업점에서 횡령으로 의심되는 부당여신거래 행위를 발견했고 내부 감사에 착수했다. 영업점 직원 B씨는 지인 명의를 도용하는 방식으로 거액의 대출을 일으킨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기간은 지난 2020년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약 4년 동안으로, 사고 금액은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11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내부 감사 도중이던 지난 21일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뿐만이 아니다. 코고 작은 금융사고는 더 많았다. 지난해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13건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선교 국회의원(국민의힘)이 NH농협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금융사고 적발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10건, 9월 이후 공시된 금융사고 3건 등이다.
외부인에 대한 사기, 배임, 횡령, 공문서위조 등 유형도 다양하다. 금융사고 금액이 10억원 미만일 경우 공시 의무가 없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건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이처럼 잦은 금융사고 가운데, 농협은행에서 규모가 큰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해와 올해를 합쳐 다섯번째다.
지난해 3월 한 지점 직원의 부동산 담보 대출 관련 배임 혐의가 적발됐고, 이후 내부 감사를 통해 지난 5월 비슷한 금융사고 두 건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후 8월에 100억원대 불법 대출 사건과 직원의 극단적 선택, 7개월이후 지난 3월 4일 또다시 발생했다.
◆"도대체 은행장은 뭐하고 있었나"
농협은행에서 이런 금융 사고와 극단적 선택이라는 사건이 반복되자, 업계에서는 농협은행 최고경영자에 대한 '부실 경영' '경영진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고경영자가 반복되는 사건이 빚어질 때까지 은행 내부 통제에 대한 필요성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거나, 제대로 인지하고 관리하지 못했으며 이에 대한 책임이 무겁다는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서 질타를 받게 된 강태영 NH농협은행장. 강 은행장은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두 사람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으며, 직원 보호 시스템의 개선이 전혀 없으며, 은행 내부 조직 관리가 미비했던 점을 인정해야 한다"며 "이같은 사건 사고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힐난했다.
한 금융 전문가는 "농협은행이 직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방치한 것에 대해 명확한 사과와 사후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런 상황에 대해 금융당국과 국회도 나서야 하며, 농협은행의 반복된 비극이 단순한 사건으로 묻히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망 기사를 접한 한 은행권 직원은 "회사 전체 조직의 문제를 담당자 개인의 문제로 전가하는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제2 제3의 A씨와 B씨는 계속 생겨날 것"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