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일본 정부의 한국 ‘백색 국가’(화이트 리스트) 배제에 따른 영향과 우리 정부의 대응 등에 금융권 안팎에서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5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일본의 경제도발과 미중 무역갈등 격화 등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대한 외부의 평가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진단을 내놨다.
금융위는 일본의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미치는 영향을 예단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필요하다면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할 때 이미 마련된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KTB투자증권은 일본의 추가 수출 규제가 국내 반도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면서 일본이 결국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 물자 수출 심사 우대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지만 주가 측면에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받는 악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KTB투자증권은 국내 기업들의 경우 이번 일본 정부의 대응을 통해 일본산 품목 수입이 정치적 이유로 언제든지 중단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했으며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본격적인 소재·장비 국산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KB증권은 한일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 원/달러 환율이 1220원 안팎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러면서 일본은 백색국가 제외 이외에도 금융 부문에서 한국에 대한 규제를 추가할 수 있으며 이러한 추가 규제 강화는 원화의 추가 약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미중 무역 갈등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등 대외적 경제 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화이트리스트 배제라는 부정적인 요소가 더해지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손 부위원장은 “다만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시장에 상당 부분 선반영된 측면이 있고 민·관이 총력 대응하는 만큼 예단해 불안해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면서 “외국인 자금의 유출입이 안정적이고 신용부도스와프(CDS)도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우리 금융시장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평가에 아직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이번 조치는 수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지 수출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실제로 종전까지 아시아 국가 중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된 건 한국뿐이었으며 비(非) 화이트국가인 대만과 싱가포르에 위치한 TSMC와 마이크론은 일본산 소재 수입 시 원래 개별 허가 제도를 적용받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최악의 경우 일본이 한국향 소재 수출을 전면 중단하더라도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65% 이상으로 대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국내 메모리 생산이 차질을 빚게 되면 오히려 메모리 가격은 급등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도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지난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일본 기업은 한국에 전략 물자를 수출할 때 당국으로부터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하며 비전략 물자의 경우에도 군사 전용 가능성이 있는 품목은 캐치올(Catch all·상황허가) 규제를 적용받아 수출 시 경제산업성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장재철 KB증권 연구원은 “일본이 한국에 대한 첨단소재 수출 규제를 결정한 후 원화는 달러화에 대해 약 3.3% 약세를 보였다”며 “이는 한일 무역 갈등으로 인한 불확실성 이외에도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는 미국 경제에 따른 달러화 강세, 미중 무역분쟁 심화로 인한 위안화 약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