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지아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많은 사람들의 생활패턴이 변했다. 이제 엔데믹시대가 다가오면서 다시 한번 환경이 바뀌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시작됐고, 이후에도 비대면이 증가추세다. 이런 삶이 일상화되면서 코로나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반려동물 덕분에' 코로나19 시대가 즐거웠다, 견딜수 있었다는 사람들도 많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긴 하지만 엔데믹 시대만큼 반려동물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던 적도 없다. 미국수의학협회(AVMA)의 보고서에 따르면, 보호소에서 입양되는 애완동물의 비율은 2019년 51.49%에서 2020년 58.36%로 증가했다. 전물가들은 이 수치가 일부분에 불과하며 입양되고 있는 애완동물의 수치는 계속 높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인간과 동물간 정서적 유대관계가 인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수도 있는 우울증마저도 견딜수 있게 도와준 셈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우울증 직전 단계인 '우울 위험군' 비율이 22.8%다. 이는 2018년 3.8%보다 6배나 증가한 것. 하지만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우울증을 호소하는 경향이 일반 사람들에 비해 40%나 낮으며, 애완동물로 인해 코로나블루를 극복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조언했다.
◆ "약물치료보다, 반려동물" 반려동물 코로나19 극복기 인터넷서 인기
지난해 한 언론사가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와 함께 반려동물을 키우는 남녀 3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가 눈길을 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91.6%(323명 중 296명)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게 코로나19 극복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도움이 되는 정도를 점수로 환산하자, 응답한 320명이 10점 만점 중 9점을 줬다.
이같은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경우는 아니라고. 미국 일간지인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반려동물 서비스 사이트 로버닷컴이 반려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더니 93%가 "팬데믹 시대 반려동물이 정신적, 신체적 복지를 향상시켰다"고 답했고, 80% 이상은 "반려동물 때문에 재택근무가 더욱 즐거웠다"고 답했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A씨는 "코로나19로 여행도 못하고 식당도 제대로 갈수 없었지만, 저는 반려견 덕분에 행복했어요. 동네사는 친한친구는 살이 10키로가 쪘다고 하는데, 저는 우리 강아지랑 산책하느라 살찔 틈도 없었네요" 라고 답했다.
A씨처럼 재택근무나 온라인 수업이 많았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게을러지고 귀찮아 질수 있는 생활패턴이 반려동물때문에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반려동물 카페 한 회원은 "제가 키우고 있는 강아지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했고, 비만을 면했다"며 "카페 회원의 95%가 코로나19 이후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었고, 코로나19 이전보다 반려동물과의 친밀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대유행은 애완동물 관련 동물 건강 산업도 성장시켰다. 애완동물 웰니스와 영양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식품, 치료 혹은 애완 동물 약품 등 질 좋은 제품에 대한 지출이 많아졌다. 관련 업계의 성장도 증가했다.
◆"반려동물은 엔데믹이 싫다?" 다시 혼자되는 반려동물 케어방법도 생겨
2년여 기간의 코로나19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최근 반려인들은 고민에 빠졌다. 부산시 한 통신회사를 다니고 있는 신모씨는 "재택근무를 오래 했는데, 5월부터 출근을 하고 있다. 집에 있던 발려묘가 우울증에 걸릴까봐 걱정이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와중에는 재택근무며 온라인 수업 등으로 가족들이 집에서 생활을 많이해서 반려동물들이 행복했다면, 엔데믹으로 다시 학교로 직장으로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엔데믹을 적응해야 하는 반려동물들도 생겨났다는 것.
반려인들은 "처음엔 반려동물이 코로나19에 걸릴지 걱정됐다가 이제는 재택근무가 끝나 반려동물이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 걱정된다"는 입장이다.
한 반려견 카페에서는 "유기동물이 늘어날지 걱정된다"는 의견으로 게시판을 달구기도 했다. dolirl97이라는 아이디의 회원은 "코로나19 시기일때 외롭다고 애완견을 쉽게 샀다가 이제 다시 출근하는 등 집밖으로 나가게 되면서 애완동물 관리가 힘들어서 파양을 하는 사람들을 봤다"며 쉽게 버려지는 반려동물들을 걱정했다.
반려인과 함께 있는 생활이 익숙해진 반려견이 재택근무가 끝난후 분리불안 증세를 겪을 수도 있다는 조언도 있다. 전문가들은 "재택근무 동안도 반려견이 자기만의 공간에서 독립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개들이 조금씩 반려인과 떨어져 있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기도 한 동물병원 수의사는 "반려견에게 규칙적인 일과를 만들어주고, 간식으로 놀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주는 등 분리불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며 "특히 반려견은 규칙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출근전이라도 산책을 일정하게 해주고, 퇴근후나 주말에는 놀이, 등을 일정한 일과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간과 반려동물의 관계 '정서적 교감…우울감 극복'
공연쪽에서 일하는 K씨는 코로나19로 공연들이 취소되고 할 일이 없어지면서 우울증을 심하게 앓게 되었다. 자신의 노력과 상관없이 일어나는 일에 '무기력하게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지면서 우울감이 커져갔다.
K씨를 위로해 준 건 반려묘 '양양이'였다. 그는 "고양이는 원래 집순이죠. 제가 공연을 하고 바쁜 생활을 할 때도 양양이는 제곁에 있었어요. 그런데 코로나19에 정말 집에서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제가 마음이 많이 아팠는데, 한결같이 제곁에 양양이가 있어줬어요"라며 "양양이를 가방에 넣고 공원에 한번씩 나가서 책도 읽고, 양양이와 놀이를 하면서 처음으로 우울증 약을 안먹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콜라'라는 이름을 가진 2살짜리 치와와를 키우는 P씨는 "규칙적이지 않게 늘어지는 제 삶을 콜라가 이끌어줬다. 콜라가 산책을 해달라고 졸랐고 놀아달라고 졸랐다"며 "콜라와 함께 코로나19의 우울감을 이겨낼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유행 후 반려동물을 입양하면서 심리적 위로를 받았고, 재택근무를 하는 동안 단절됐던 사회적 교류를 동물을 통해 위로받고 비현실적인 일상생활을 최소한의 운동과 산책을 할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줬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비정상적인 일상을 지속해 마음이 아픈 환자들에게 반려동물은 의사가 처방해주는 약보다 훨씬더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준다"며 "말이 통하지 않는 반려동물이지만 꼬리를 흔들고 스킨쉽을 유도하고 애교 부리는 모습은 환자들에게 활기를 부어주고 우울증을 회복시켜 준다"고 말했다.
한편 동물보호단체들은 반려동물이 우리 정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존재임은 분명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울감이나 외로움 해소 등을 위해 즉흥적인 입양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동물자유연대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끝나도 반려동물은 10년 이상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입양 전 충분한 고려와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며 "쉽게 입양하는 사람들은 필요 조건이 사라지만 다시 쉽게 파양을 결정할수 있고, 반려동물들이 입는 상처는 매우 크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