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지아 기자]] 대구시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아직도 병원만 보면 심장이 두근거린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초 늦은밤 7살된 딸아이가 열이 나고 하반신에 반점이 생기는 등의 현상이 보여 다급한 마음에 인근 병원 응급실에 향했지만 병원안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비일비재한 코로나19 병원담들 '냉담해진 병원시선'
김씨는 "아이가 열이 38도 넘기 때문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음성' 확인이 되어야 들어올 수 있다는 게 병원측 입장이었다. 저는 늦은밤 코로나 검사를 받을수 없는데 아픈 애는 어떻게 하냐고 토로했다"며 "병원은 아침에 다시 와서 코로나 검사를 받은 다음 오후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오라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고, 저와 아이가 딱해 보였는지 전문의 한 명이 뒤늦게 나와 열이 나는 이유가 피부 반점과 관계가 있는 것 같으니, 해열제와 열이 떨어질수 있는 민간 요법을 쓰면서 밤에 지켜보고 다음날 일찍 병원에 와서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을 받아 병원에 오라는 조언을 해줬다"고 회상했다.
그는 "아픈것도 서러운데 코로나19에 걸렸을 까봐 환자를 기피하는 병원이 너무 원망스러웠다"며 "지인 중에는 다리를 다쳤는데 열이 높다는 이유로 들어가지 못한 경우도 봤고, 귀가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이빈후과는 진료자체를 거부, 코로나 검사를 하고 와야 한다고 해서 당일날 진료를 못보고 검사결과를 받아 다음날 진료를 봐야 했다"고 말했다.
사실 김씨의 이런 사연은 비일비재한 코로나 병원담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하던 무렵 병원은 코로나19 환자를 격리하고 코로나19 환자로부터 다른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수 없는 방역정책을 써야 했다. 출입구를 한곳으로 정해 놓고 출입구마다 설치해 놓은 열감지기며 출입기록 등은 모두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함이었다.
이같은 병원들의 태도에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첫째는 코로나19 이후에 병원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졌다. 서울에 최모씨는 "병원에 안가고 약국에서 약만 사먹어도 나을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코로나19 때는 겁이나서 병원에 못갔던 점도 있고, 가도 바로바로 진료를 볼 수 없어서 아예 가지 않았는데, 이제 코로나19가 끝나도 병원이용을 계속 줄여갈 생각이다"고 전했다.
상비약을 구비해두고 병원에 의존하기 보다는 상비약을 먹고, 민간 요법 등을 통해 자연치료를 하는 일상이 더 마음에 든다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병원 문턱 낮아지나 코로나19도 안무서워져"
반면, 코로나19때 병원에서 너무 많은 곤욕스러움을 당한 사람들은 이제 완화된 거리두기를 비롯해 마스크 실외미착용 등의 상황으로 '안심이 된다'는 입장이다.
87세의 노부모를 모시고 사는 이모씨는 "이제 좀 안심이 된다. 갑자기 부모님께서 몸이 안좋으셔도 병원에 갈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때문에 밤을 설친적도 많았고 신경을 곤두서고 있었다. 이제 병원들이 코로나 검사도 작은 병원에서 해주고, 병원을 출입할수 있는 문턱이 낮아져서 너무 좋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사람들의 반응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병원 기피 현상이 가져온 다양한 응급사례들을 통해 병원 원내 사망률 증가와 같은 현상이 더이상 생기지 않기를 충고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중 치료 지연 확인
실제로 급성심근경색 환자가 병원에서 사망하는 비율이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전보다 8배나 높아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하게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코로나19에 걸릴까봐 병원에 가길 망설인 환자가 많았기 때문이라는 것. 코로나19가 심혈관질환 등의 환자들의 '초과사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의학회지에 논문을 발표한 경북대병원 내과학교실 이장훈 교수 연구진은 "내원한 급성심근경색 환자 598명을 분석한 결과 환자들는 팬데믹 기간엔 급성심근경색증(NSTEMI·403명) 환자들이 가슴 통증 같은 증상을 인지한 뒤 병원에 도착하는 데까지 평균 511.5분이 걸렸다.
팬데믹 전에는 310분이었는데, 3시간 넘게 늦어졌다는 것. 급성심근경색증은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어 최대한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실제 이들의 원내사망률을 비교했더니 팬데믹 전엔 0.3%였는데, 팬데믹 중엔 2.3%로 8배 가까이 뛰었다고.
심정지 발생률도 0.9%에서 3.5%로 4배 가량 올랐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코로나19 감염자와 접촉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내원을 망설였고, 이 때문에 치료가 늦어져 심정지나 원내사망이 늘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코로나19 "초과사망에 간접 영향 컸다"
의학적으로 전염병과 같은 특별한 이유로 평균적인 수준을 넘어선 사망을 '초과사망'이라고 일컫는다. 의학전문 서적에 따르면, 지난 2020년 3월에서 7월까지 미국에서 발생한 초과사망 중 코로나19가 원인으로 확인된 건 67%였다. 같은 해 2~4월 우리나라 대구에서도 초과사망의 40% 정도가 코로나19 원인으로 보고됐다.
이에 대해 병원관계자는 "초과사망의 상당수가 직접적인 코로나19 감염 때문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몇몇 연구결과, 팬데믹 기간 동안 급성심근경색으로 입원한 환자는 그 전보다 13.5% 줄었고, 이는 환자들이 병원에 덜 온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들이 병원에 온 시점도 팬데믹 전보다 늦은 경우가 많았고, 특히 심혈관질환과 같이 사망율이 높은 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늦은 병원 방문과 연이은 늦은 치료가 사망율을 높이는데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덧분였다.
◆"병원, 응급실 인식부터 코로나전으로 돌아가야"
정신의학과 전문의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일종의 팬데믹 이후 나타나는 병원에 대한 거부반응, 즉 팬데믹 휴유증의 일종이다"고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가벼운 질환의 경우 병원에 대한 이같은 인식으로 입는 피해는 적겠지만, 처방전 없는 약물남용 및 약물복용으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며 "고질적인 질환을 가진 환자 및 심장질환 등 위급한 경우 병원 의료진의 치료가 생명과 연결되는 경우에는 인식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