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지아 기자] 금융위원회의 "형사 처벌 전력을 이유로 대주주 지위를 내려 놓으라"던 처분이 또다시 졌다. 24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이같은 이유로 고려저축은행 대주주 지위를 내놓으라는 금융당국 명령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2심도 승소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고법 행정9-3부(조찬영 강문경 김승주 부장판사)는 24일 이 전 회장이 "대주주 적격성 유지요건 충족 명령 및 주식처분 명령을 취소해 달라"며 금융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로 판결을 내렸다.
앞서 이 전 회장은 지난 2019년 6월 대법원에서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등 혐의로 징역 3년을, 조세 포탈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6억원을 확정받았다.
이 전 회장은 고려저축은행 지분 30.5%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는데, 금융위는 2020년 11월 이 전 회장에게 "6개월 이내에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을 충족하라"고 명령했다. 고려저축은행 보유 지분을 10% 미만으로 낮추라는 명령이었다.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은 금융회사 최대주주가 될 수 없기 때문. 금융당국이 지배구조법에 따라 2년마다 금융회사 최대주주 및 최다출자자 1인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진행해 왔는데 이 전 회장이 이 요건에 미달했기 때문이다.
앞서 이 전 회장은 2019년 대법원으로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조세 포탈 혐의로 징역 3년6개월에 벌금 6억원을 확정 판결받았다. '황제보석' 논란으로 2018년 재수감된 이 전 회장은 형기를 마치고 지난해 10월 출소했다.
금융위의 명령대로 고려저축은행 지분 30.5%(68만304주)를 가진 이 전 회장은 45만7233주를 처분해야 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은 기간 내에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은 금융위의 행정명령을 거부하고 행정소송으로 맞섰다.
이에 대해 법원은 "대주주 적격성 유지 심사제도가 2010년 9월 시행됐으므로 그 이전의 불법행위까지 소급해 적용할 수 없다"며 금융위 명령을 취소했다.
이 전 회장이 유죄를 선고받은 혐의 중 다수는 2010년 9월 이전 행위이라는 것. 이후 범행들도 포괄일죄(여러 범행이 하나의 죄를 구성)로 9월 이전 범죄와 함께 묶였으므로 심사 제도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의) 범죄가 이 사건 규정 시행 전후에 걸쳐 발생한 것인데도 형을 선고받은 시점이 규정 시행 후라는 이유로 규정을 적용하면 시행 전 행위로 처벌된 부분까지 제재대상으로 삼아 부당하다"며 "규정 시행 후 발생한 횡령·배임 범행만을 대상으로 양형을 정할 때 반드시 금고 이상의 실형이 선고됐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규정했다.
이에 금융위는 1심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역시 금융위 처분이 잘못됐다고 판단해 향후 금융위의 움직임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