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Jtimes=정소영 기자] "바다는 모든 생명의 시작이자 끝이다. 지금, 거대한 생명의 터전이 무너지고 있다. 각종 해양 쓰레기를 비롯해 폐어구들로 인한 고스트 피싱, 남혼획 등 무분별한 어업으로 인한 해양생물들의 멸종 위기,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잠겨가는 마을까지... 인간의 무분별한 욕심과 무관심, 무지 속에서 바다가 망가지고 있다."- 다큐멘터리 '씨그널' 中 -
공해는 전세계 바다의 3분의 2를 차지하지만, 각국의 주권이 미치지 않아 자원 남획 등으로 파괴가 심각한 상황이다. 모든 상어와 가오리 종의 37%가 멸종위기에 처했으며, 매년 약 1억 마리의 상어가 상업적으로 포획되고 있다.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 상어 개체 수는 70% 감소했다. 최근에는 심해채굴을 하려는 움직임까지 더해져 공해를 효율적으로 보호·관리할 거버넌스 설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국제사회는 지난 2023년 초 글로벌 해양조약인 BBNJ 협정을 합의했고, 한국 정부는 그해 10월, 해당 협정에 서명하며 해양보호에 대한 의지를 보였지만, 비준은 아직 하지 않았다. 비준안은 현재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 동의 절차만이 남은 상황이다. 현재 글로벌 해양조약 비준은 막바지에 다다른 상황이다.

◆ "정부 2023년 BBNJ 협정에 서명, 해양보호 의지 보였지만 비준은 표류"
한국 정부의 글로벌 해양조약(BBNJ 협정·국가관활권 이원지역의 생물다양성 보전에 관한 협약) 비준안을 촉구하기 위한 해양 다큐멘터리 국회시사회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그린피스는 환경부 장관을 역임한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인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리고 그린피스 후원자 및 해양보호 시민사회 단체들과 함께 국회에서 해양 파괴의 심각성을 다룬 다큐멘터리 SEAGNAL(씨그널) 시사회를 진행했다.
앞서 국제사회는 지난 2023년 초 글로벌 해양조약인 BBNJ 협정을 합의했고, 한국 정부는 그해 10월, 해당 협정에 서명하며 해양보호에 대한 의지를 보였지만 비준은 아직 하지 않았다. 비준안은 현재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 동의 절차만이 남은 상황이다.
김연하 그린피스 해양 캠페이너는 “BBNJ 협정은 공해 내 해양생물 보전을 목표로 하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최초의 조약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며 “하지만 60개국 이상의 비준이 있어야 비로소 발효될 수 있기에, 한국이 이 흐름에 서둘러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5일 기준으로 비준을 완료한 국가는 18개국이다.
김 캠페이너는 이어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이번 시사회를 통해 그린피스가 시민들과 함께 만든 해양보호의 신호, SEAGANL이 국회에 닿기를 바란다”며 “공해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위한 국제적 합의가 실행될 수 있도록 국회가 앞장서 조속한 비준을 추진하고 해양 보호를 위한 역사적인 걸음에 함께 해달라”고 말했다.

◆ 한정애 의원 "비준안 빠른 시일 내 국회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
이에 한정애 의원은 “글로벌 해양조약이 비준되고 발효되면 전 지구 차원의 해양보호구역 네트워크가 구축돼 해양 생물이 회복하고 번성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며 “특히 오는 4월 부산에서 해양오염, 기후변화, 해양안보를 논의하는 고위급 국제회의 아워오션 컨퍼런스가(OOC)가 계최될 예정인만큼, 비준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배 의원은 “BBNJ 협정이 지난 2월 26일 우리 국회 외통위에 상정됐고 오는 6일 외통위 법안소위에서 논의될 예정”이라며 “비준안이 국회 동의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는 만큼, 외통위 간사로서 빠른 시일 내에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상영된 다큐멘터리 씨그널은 바다(Sea)가 전하는 마지막 신호(Signal) 라는 의미로 위기에 처한 바다를 마주한 목격자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다큐멘터리에는 인도네시아의 농부, 호주의 수중사진작가, 한국의 제주해녀, 멕시코의 어민, 스페인의 바다소음 연구자 등이 출연했다.
다큐멘터리 씨그널에 출연한 제주 해녀 이유정씨는 제주에서 나고 자라 항상 바다와 가까이에 있었지만 물 속에 들어가서 본 바다는 또 다른 세계였다며 “물고기로 가득할 것만 같았던 바닷속이 온갖 쓰레기들로 가득하고 곳곳에 자리한 폐그물들에 발이 걸려 위험 천만한 일을 겪은 이후로 꾸준히 바닷속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특히, 폐그물에 꼬리를 잘린 돌고래 오래 등 고스트 피싱의 피해 사례가 커지면서 제주 바다가 점점 유령의 바다가 되어 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 멕시코 카보 플모 바다 살린 주민들, 어업대신 망가진 바다 되찾기 앞장

멕시코의 카보 플모의 바다를 살린 주민들의 이야기도 소개됐다. 카보 플모 국립해양국립공원은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어류, 갑각류, 연체동물, 조류, 해양 포유류의 서식지였다. 하지만 수십 년간 남획, 무책임한 관광 등의 이유로 원래의 모습을 잃어가자 어류 개체수가 줄어들고 해양생태계는 붕괴됐다.
그러자 이곳의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어업을 중단하고 카보 플모가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정부에 로비활동을 벌인다. 이곳에는 카보플모 마을에 태어나 어업을 기업으로 이어받은 55세 후디스가 있다. 후디스와 친구들은 어업대신 망가진 바다를 되찾기 위해 노력할 결과, 15년 후 완전히 회복한 카보 플모의 놀라운 변화를 이끌어 냈다.
씨그널은 그린피스와 다큐멘터리 전문 제작사 보더레스랩, 수중 특수촬영전문 망그로브가 1년 8개월에 걸쳐 공동 제작했으며, 해양 보호를 염원하는 시민 3000여명이 후원으로 제작에 힘을 보탰다.
한편 그린피스는 2005년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른 새로운 조약을 만들어 생물다양성을 지키고 공해상에 해양보호구역을 만들 것을 촉구하는 등 글로벌 해양조약의 초기 단계부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후 20여개 국가에서 해양보호구역 지정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지난 2019년부터 ‘2030년까지 전체 해양의 30% 이상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글로벌 해양보전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캠페인을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