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최태우 기자] 일당 5억원의 ‘황제 노역’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던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최근 1000억원대 횡령 의혹에 휩싸이며 도마 위에 오르는 분위기다. 허 회장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그룹 계열사 채권을 낮은 가격에 인수하고 현금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달 28일 시사저널에 따르면, 허 회장은 2009년 9월경 부실채권을 인수하고 회수 및 양도하는 A업체를 설립했다. 이 때는 그룹의 주축인 대주건설의 신용등급이 하락해 다른 계열사의 연쇄부도가 우려되던 시기였다.
A업체 대표이자 최대주주는 J씨로 허 회장의 측근이자 대주그룹 계열사 여러 곳을 거치며 주로 재무업무를 담당했던 인물로 알려졌다. 이 회사 설립 후 그룹 계열사의 부실채권은 모두 A업체로 집중되기 시작했다.
대한시멘트와 페이퍼텍 등 총 10여 곳에서 808억원 규모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채권을 60억원에 인수했으며, 대한화재해상보험이 보유 중이던 26억원대의 부실채권 또한 3억6000만원에 인수했다.
이듬해에는 126억원대의 부실채권을 3000만원에, 270억원대 부실채권은 1000만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주로 직접 추심하거나 특수관계법인이 저가에 인수한 후 수익을 남기도록 만드는 구조였다.
계열사가 아닌 회사도 있었으며, 협력업체와 거래가 없었음에도 허위 거래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허 회장 또는 그 일가의 차명기업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재계의 시선은 곱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대주그룹이 해체되기 직전 계열사들이 보유한 자금은 채권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어디론가 이동한 상황이며, 이로 인해 당시 하청업체들이 받지 못한 미지급은 5000억원 규모였다. 여기에 수백 세대에 달하는 아파트 입주민은 분양대금 수백억원을 잃기도 했다.
허 전 회장은 2010년 1월에 뉴질랜드로 도피했다가 2014년 3월 귀국했고 횡령 및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벌금 245억원울 내야할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그는 하루 노역 시 5억원을 감면 받는 이른바 ‘황제 노역’을 선택했다.
그러나 여론이 악화되자 노역형을 중단하고 벌금을 완납한 후 지난 2015년 뉴질랜드로 출국했다. 허 전 회장은 뉴질랜드에서도 부동산 차명 소유 논란을 비롯해 일부 재산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세금을 미납한 관계로 현재 기소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