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라이프

[코로나라이프] "확률 낮아도 희망이라도 갖고 싶다" 로또 찾는 사람들 늘어나

로또번호 추첨 업체마다 늘어나는 회원들 "허상이라도 기댄다"


[KJtimes김지아 기자] 용인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최근 고민끝에 OO로또라는 로또번호 추첨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무료로 로또번호를 알려준다는 광고에 상담사와 통화를 시작한 A씨. 그는 상담사가 전하는 설명에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상담사는 A씨가 얼마나 로또를 하는지, 로또 당첨은 또 얼마나 됐었는 지를 물었다. A씨가 이렇다 할 당첨내력도 없이 로또를 꾸준히 산다는 것 을 알게 된 상담사는 회원가입후 3등이 당첨될 수 있는 번호를 2년간 매주 알려주겠다고 A씨를 유혹(?)했다. 

매월 2만원에서 4만원 정도를 로또에 돈을 썼지만 한번도 당첨이 된 적 없던 A씨는 믿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20만원을 주고 유료회원에 가입했다. 2년안에 3등이 당첨되지 않으면 자신이 낸 회원가입비는 다시 돌려주겠다는 계약서도 받아 놨다. 두 달 여를 열심히 로또를 구매하던 그는 4등(5만원)에 당첨됐고, OO로또 상담사는 이번에는 VIP회원이 될수 있는 기회를 안내했다. 1,2등이 당첨되면 회사는 3%, 5%의 수수료를 받는 조건이며, 한정된 회원에게만 더 당첨가능성이 큰 로또번호를 뽑아준다는 설명이었다. 3년동안 당첨 예상번호를 제공하고 당첨이 되지 않으면 환불해 준다는 조건이었다. 

A씨는 "직장에서 월급도 오르지 않고 대출이자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서 마음이 너무 답답했는데, 이렇게 로또를 사면서 희망을 얻고 싶었다"고 말했다. A씨는 "80만원을 주고 VP회원으로 가입을 바꿨다. 받아보니 20만원짜리 회원과 다를거 없어보여서 '속았구나' 싶다가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주 로또를 구매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청주시에 거주하는 주부 M씨는 로또를 사기 위해 작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집앞 슈퍼에서 배달일을 시작한것. M씨는 "남편이 벌어다주는 생활비로 로또를 사기엔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내가 번 돈으로 로또를 사고 싶었다. 로또가 당첨이 될수도 있고 안될수도 있지만 지금 하는 아르바이트를 할수 있도록 용기를 얻었고, 매일 집에만 있다가 움직이는 일을 하니 운동도 된다. 퇴근하는 길에 슈퍼옆 로또명당에서 매주 로또를 사는 재미도 솔솔하다. 당첨이 안되어도 매일 기분이 좋아진 것만으로도 로또가 제 할 일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소강상태에 접어 들었다가 다시 최대 확진자 규모를 쏟아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 있다고. 바로 로또 판매처다. 최근 로또복권 수탁사업자인 동행로또가 1등 당첨자가 가장 많은 명당이라고 공개한 판매처에는 매일 하루가 멀다하고 꿈에 부푼 시민들로 북적인다. 


실례로 서울 노원구 한 로또판매처는 로또를 사려는 사람들로 매일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이곳에서 로또를 구매한 사람 가운데 1등 당첨자가 42명이나 된다고.해서 나도 와봤다. 자동으로 로또를 구매해도 당첨 확률이 높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딸아이가 내년에 결혼하는데 로또 당첨되면 집이라도 한 채 사주고 싶다. 능력없는 부모 만나서 고생만 했는데, 나의 말년운이 로또를 통해서 펴질지 누가 알겠나" 라는 K씨(70세). K씨는 지방에서 오랜 기간 교사로 재직했다가 정년퇴직한 전직 공무원이었다. 

얼마전까지 인터넷으로 식품재료를 판매하다가 문을 닫았다는 J씨는 정신병원에서 우울증약을 처방받았다고. 그는 "빚이 8000만원이 된다. 너무 사는게 힘들어서 자살 시도도 했다. 정신과 의사가 나에게 우울증약 말고도 해보라고 추천해 준게 있다. '재난 영화 관람하기' '고아원에 가서 봉사하기' '시골여행하기' 등이다. '로또사기'도 들어 있었다. 로또를 사보니 왜 의사가 추천을 했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J씨는 한달에 한두번 '로또명당'이라는 유명한 곳을 찾아 바람도 쐴겸, 로또를 사고 있다. 

특히 로또를 사려는 사람도, 판매하는 사람도 시선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투기'의 목적이 아닌 '치료'의 개념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로또를 찾는 이유를 공감하는 데서 시작된 변화가 아닐까.  

노원구에서 로또를 판매하고 있다는 한 편의점 점주는 "로또를 구매하는 분들을 보면서 도박처럼 '투기'의 개념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지고 난 뒤 로또를 사러 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희망을 붙잡으려는 오는구나'고 생각하게 됐다. 과거에는 한번에 십여장을 큰돈을 주고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코로나19 이후에는 5천원 1만원, 2만원 워치 로또를 사러 오는 사람들이 더많다"고 전했다. 

로또명당에서 로또를 10년째 판매중이라는 P씨는 "아주 옛날부터 로또는 카드로 살 수 없는데, 최근 들어서 카드를 들고 로또를 사려는 사람들이 많이 왔다. 내가 카드가 안된다고 이야기를 해주면, 당황해 하면서 현금을 찾는다. 이 사람들을 보면서 새로운 로또 소비계층이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코로나19 이후 경기불황에 '희망'이 없는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위로를 찾기 위해 로또 등을 구매하려는 현상이 많아졌다. 코로나19 이후 위축된 경제상황과 맞물린 슬픈 현상이다"며 "로또와 같은 노력형이 아닌 확률형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 또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를 대변해 주는 현상이며, 길게는 경기가 좋아질 때까지 혹은 코로나19가 끝날때까지 이런 사람들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경기도의 한 로또판매점앞. 더위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30분을 기다렸다가 가게 안으로 들어온 한 손님이 착용중인 마스크를 다시 고쳐쓰고는 컴퓨터용 싸인펜으로 번호들에 표시를 남긴다. 이 번호가 행운의 번호가 되어 달라는 소원을 가지고.   

"사는 게 막막하니까... 서민이 바랄 게 뭐 있나. 로또밖에 없다" 
"코로나 때문에 일을 못나가서 수입이 4개월째 없다. 돈벌 방법도 없고... 1등, 아니 2등이라도 걸려서 생활비 하고 싶다" 
"로또도 돈 있는 사람이 또 되더라. 돈없는 사람도 로또로 좀 행복해 보고 싶다." 
"나이 들어 병원비가 너무 많이 든다. 로또라도 되면 자식들한테 손 안벌려도 될텐데..." 
"2등이라도 되면, 집살때 대출받은거 갚고 싶다. 지긋지긋한 이자좀 그만내고 싶다." 
"손주용돈 좀 팍팍주고 싶다." 
"집사람 명품가방하나 사주고 싶다."...  
 
로또 명당 앞 시민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소박하고 정스럽다. 코로나로 인해 장기화되는 경기침체와 불황, 고용 불안과 같은 우리 사회 답답한 문제들이 만들어낸 또다른 그림자가 아닐까. 

이를 두고 사회학자 K씨는 "나쁘게만 볼수 없는 사람들의 심리가 반영된 모습이다"라며 "현재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해결하려는 노력의 단면으로 해석된다. 건강한 회복, 치유의 과정이 될수도 있다"고도 진단했다. 

  









[코로나라이프] "확률 낮아도 희망이라도 갖고 싶다" 로또 찾는 사람들 늘어나
[KJtimes김지아 기자] 용인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최근 고민끝에 OO로또라는 로또번호 추첨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무료로 로또번호를 알려준다는 광고에 상담사와 통화를 시작한 A씨. 그는 상담사가 전하는 설명에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상담사는 A씨가 얼마나 로또를 하는지, 로또 당첨은 또 얼마나 됐었는 지를 물었다. A씨가 이렇다 할 당첨내력도 없이 로또를 꾸준히 산다는 것 을 알게 된 상담사는 회원가입후 3등이 당첨될 수 있는 번호를 2년간 매주 알려주겠다고 A씨를 유혹(?)했다. 매월 2만원에서 4만원 정도를 로또에 돈을 썼지만 한번도 당첨이 된 적 없던 A씨는 믿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20만원을 주고 유료회원에 가입했다. 2년안에 3등이 당첨되지 않으면 자신이 낸 회원가입비는 다시 돌려주겠다는 계약서도 받아 놨다. 두 달 여를 열심히 로또를 구매하던 그는 4등(5만원)에 당첨됐고, OO로또 상담사는 이번에는 VIP회원이 될수 있는 기회를 안내했다. 1,2등이 당첨되면 회사는 3%, 5%의 수수료를 받는 조건이며, 한정된 회원에게만 더 당첨가능성이 큰 로또번호를 뽑아준다는 설명이었다. 3년동안 당첨 예상번호를 제공하고 당첨이 되지 않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