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한이웅 논설위원]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입안해 통과시킨 4330억 달러 규모의 ‘인플레이션감축법’은 실제로는 법안 이름과 달리 세수를 늘리고 그 세수로 주로 복지 지출을 늘리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을 위해 풀린 자금으로 인해 2020년 초부터 2021년 말까지 달러 통화량이 2014년 대비 2배인 2조2000억 달러로 늘어난 것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원인이라고 보고 금리를 올려 통화량을 줄이겠다는 연준의 의지와 상충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연준이 행정부가 주도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인한 통화량 증가를 억누르기 위해 더 높은 강도의 금리정책을 들고나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상 논란의 원인이 되는 최근 20여 년의 글로벌 금리‧통화량 변동요인, 과거 금리 인상 사례,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황과 고용지표, 한국의 외환‧무역 상황을 하나씩 짚어보자.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게 된 핵심 원인은 인플레이션이다. 2021년 초 1%대였던 물가상승률은 2021년 말 7%까지 수직으로 상승했고, 2022년 들어 계속 상승하면서 6월에 9.1%를 찍고 7~8월 연속 하락 중인 모습이다.
미국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통해 올해 기준금리를 4차례 인상했고, 금리 상승 폭은 ‘0.25%→2.50%’로 225bp였다.
문제는 3차례 남은 FOMC에서 추가 인상 가능성이 크며, 인상 폭은 최소 0.25%x3=0.75%, 최대 1.00%x3=3.00%까지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최고 스텝(금리 1.00% 인상)은 아직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음을 생각해 연내에 약 1.5% 내외 추가 상승(0.25%→2.50%→4.00%, 375bp)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은 올 연말과 내년 초 인플레이션/통화량 상황을 보고 추가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지을 예상인데 내년에도 50bp 이상 올리게 되면 역대 최대 인상 폭인 425bp(2004년 6월~2006년 6월)를 넘어서게 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해법 중 미-중 무역 갈등 해소를 통해 중국산에 부과된 25%의 추가 관세를 없애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시각은 미국의 중국제재가 일반적 에너지‧수출입에서 물류‧하이테크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것에는 고율 관세에 의한 인플레이션 요소를 최소화하려는 의중도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에 기인한다.
미국 실업률의 경우 미국 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 환자가 나오기 전까지 호황을 누렸다. 그러다가 확진자가 나오자마자 2020년 1월 3.5%에서 2020년 4월 14.8%로 급증했다. 이후 백신접종 시작 등으로 규제들이 풀리면서 호전되기 시작해 2022년 1월에는 3.9%, 2022년 7월에는 3.5%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추세다.
미국은 이처럼 실업률이 완연하게 회복되면서 연준으로서는 고민해야 할 포인트가 하나 줄은 셈이다. 금리가 높아지면 통화량이 줄어들므로 ‘성장률-인플레이션’ 두 요소만 컨트롤 하면 되는 상황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얘기다.
주목해야 할 것은 지금도 그렇지만 향후에도 금리‧물가에 영향을 미칠 요소다. 이 같은 요소를 꼽아보면 ▲코로나19 팬데믹 진행 상황 : 물류체인과 공급망(주로 중국 등)에 영향 ▲러-우 전쟁 상황에 따른 곡물/에너지 가격 등락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 : 원화 약세, 수입물가 상승, 무역수지 빨간 불, 외환보유고 ▲미-중 갈등의 변이 : 하이테크 제품의 부품/원자재 수급과 수출/수입 지장 ▲하락세가 뚜렷한 해운운임 등이다.
이중 선행지표로 눈여겨볼 것이 물류체인‧공급망과 관련이 깊은 상하이컨테이너지수(SCFI)로 대표되는 해운운임이다. 지난 7~8월에 SCFI가 4000 미만을 보인 것은 2021년 7월 9일 3932.35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2021년 7월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절정을 기록하며 언택트가 대세이던 시절이고, 공급자들은 환자 속출로 인한 공장가동 축소 및 중단과 사업장과 지역별 봉쇄로 물류체인과 공급망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던 시기이기도 하다.
코로나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위드 코로나시대가 오면서 물류망이 잠시 활기를 띠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위기와 실제 전쟁의 발발로 곡물과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물가를 상승시키며 인플레이션이 심화했고, 미주와 유럽 등은 물동량 축소로 해운운임도 하락하게 됐다.
따라서 이처럼 금리‧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단기간에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현재의 글로벌 불황은 일정 기간 이상 지속될 우려가 크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