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정소영 기자] 미국 전기자동차기업 테슬라가 자동차 정기점검 때 이상 유무를 판단하는 '운행기록 자기진단장치(OBD)'를 한국교통안전공단(이하 공단)에 제출하지 않고, 별도의 진단 시스템을 개발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자기진단 시스템을 활용할 경우 공단이 차량 이상 여부를 직접 확인하기 어렵게 돼 테슬라가 의도적으로 차의 결함을 숨기거나 시스템 오류가 발생해도 손쓸 방법이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공단 자료를 근거로 테슬라가 내년 10월 국내에서 판매 중인 모든 모델에 자체 자기진단 메뉴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를 제외한 모든 수입차와 국산차 완성차 업체가 공단에 OBD(On-Board Diagnostics) 해석코드를 제공하는 것과 반대되는 행보다. OBD 해석코드를 권고하고 있는 유엔 자동차안전기준 국제협의기구(UN WP29)와도 대치된다.
◆테슬라 자체 진단 시스템으로 소비자 우롱
OBD는 자동차의 전기·전자적인 작동 상태를 확인하고 제어하기 위한 진단 규격이다. 처음에는 엔진 등 전자화된 부품의 정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쓰였지만, 지금은 이러한 목적 이외에도 다양한 차량 정보를 운전자에게 보여주는 트립 컴퓨터로서의 인터페이스 역할을 하기도 한다. 공단은 OBD를 해석할 수 있는 코드를 완성차 업체로부터 받아 정기점검 때 활용한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 7일 "국토교통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이유로 현 상황을 방치하면 안된다"며 "테슬라가 자체 진단 시스템으로 소비자를 우롱하고 악용하는 일이 없도록 테슬라와 우선 협상을 통해 차단하고, 나아가 FTA 개정 협상을 통해 문제해결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공단은 2017년 6월 국내 모든 자동차 제작사에 진단 정보 자료 제출을 요청했지만, 테슬라만 기술 유출을 핑계로 거부한 바 있다.
테슬라는 OBD 단자를 설치하면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 기술이 해킹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공단은 테슬라 차량 정기점검 시 경고등 및 배선 이상 등을 육안으로 검사하고 있어 면밀한 분석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테슬라의 OBD 제출 거부에 영향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테슬라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행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영향이 크다"며 "FTA에 따라 미국 내에서 생산되고 승인된 차량은 별도 승인 없이 국내에서 연간 5만대 미만 판매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안전기준 승인을 받은 테슬라는 국내에서 별도의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며 "이를 근거로 테슬라는 대시보드 모니터의 자체 진단 메뉴를 통한 진단 검사를 공단에 제안한 것이다. 차량 내부 중앙 디스플레이에 정기·종합 검사에 활용할 수 있는 관리자 모드를 탑재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OBD 제출은 소비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다. 테슬라 자체 진단 시스템으로 정부가 확인할 수 있는 차량 정보는 제한적이기에 테슬라의 운영 방침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개입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정부는 OBD 미제출로 인한 악용 사례가 없도록 테슬라와 우선 협상을 통해 차단해야 한다. 나아가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요구해 근본적인 문제해결에도 시급히 나서 소비자가 피해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테슬라는 해당 시스템을 국내에서 최초 적용 이후에 경과를 지켜본 후 유럽, 중국, 일본 등에도 적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