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주택 1139채 보유한 임대업자 김모씨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빌라왕' 사건이 수면 위로 올랐다. 한 명이 1000채 넘는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부터 40대 초반인 그가 모텔에서 급작스럽게 숨졌다는 것 등은 차치하고서라도 수백 명에 달하는 임차인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는 현실은 비단 남의 일 만은 아닐 수도 있다.죽은 빌라왕 김모씨의 사건이 불거지자, 수도권에서만 빌라를 1000채 정도 가진 사람만 4명, 300채 이상은 16명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왔고, 이는 추후 더 많은 피해자들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급증시켰다.이에 지금도 깊은 한숨으로 잠 못 이룰 빌라왕 세입자들과 앞으로도 있을지 모를 제2, 제3의 빌라왕 피해자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전세사기 수법부터 정부대책에 이르기까지 <KJTimes>가 꼼꼼하게 짚어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KJtimes=신현희 기자] 과연 서민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한 빌라왕들에게 '배후세력'이 있는 것일까. 이들은 정말 바지사장이고 다른 의미의 희생양이라면 이번 기회에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해지고 있다.
◆ 3명의 빌라왕 겹치는 건물, 건축주는 '모르쇠'
이런 주장이 나오는 근거는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빌라왕 김씨, 송씨, 그리고 지난 2021년 7월에 사망한 정씨. 보도에 따르면, 이들 3명은 모두 사망했지만 이 3명이 비슷한 시기에 한 빌라를 나눠서 사기도 했고 3명 모두 특정 분양업체와 관련이 있다.
특히 정씨는 사망 당일 4채의 빌라를 사들이고 등기를 접수한 것으로 밝혀져 더욱 '배후세력'에 대한 의심을 짙게 만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지난 2021년 7월 30일에 사망했는데 사흘 뒤인 8월 2일 매매 계약 잔금과 거래를 마친 것으로 밝혀져 의혹을 키우고 있다. 과연 누가 잔금을 지불했는지. 그 사람이 배후가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2020년 서울 화곡동 3층 빌라 건물은 2021년 숨진 '빌라왕' 정씨 소유다. 바로 앞집은 지난해 10월 숨진 김씨 명의, 이 빌라 건물 16채 가운데 15채를 이 2명이 나눠 구매를 했다. 김씨와 정씨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빌라를 나란히 갖고 있었다.
현재 확인된 것만 김씨와 송씨는 1곳, 김씨와 정씨는 4곳이 겹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두 사람에게 함께 건물을 매도한 건축주는 "중개업체를 통해 소개를 받았을 뿐 누가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 경찰 전국적으로 전세사기 조사, 공범 가능성
경찰은 전국적으로 약 8000채에 달하는 전세사기 피해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인천청에서 '건축왕' 2709채, 서울청 금융범죄수사대에서 '빌라왕' 1139채, 경기남부청 반부패수사대에서 '빌라의 신' 3493채를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2일 진행된 간담회에서 "일단 김모씨 사망과 관계없이 공범에 대해 계속 수사 중이고 현재까지 5명을 입건했다"며 "건축주와 분양사업자 등 관련자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계좌영장을 발부받아 자금 흐름도 조사 중"이라면서 "(조사 대상자들이) 배후라기보다는 현재까지는 공범으로 보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관계자는 "현재까지 정부 기관들 중 전세 사기의 바지 사장이나 배후세력을 걸러내는 역할을 하는 곳은 없었다"며 "주택도시보증공사, HUG 같은 전세금 보증기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보니 세입자도 피해를 겪고 보증 기관들도 부실 채권을 떠안으며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라고 지적하면서 근본적인 논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편으로 '빌라왕 사건,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