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정소영 기자] 숲에서 수확하거나 임업 활동에서 나오는 목재를 태워 전기와 열을 만드는 연료로 사용되거나 대형 화력발전소에 투입되는 산림바이오매스가 산림파괴의 주범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월 영국의 BBC는 세계 최대 바이오매스발전소를 소유한 드랙스(Drax) 그룹이 캐나다의 천연림을 벌채해 연료용 목재펠릿을 만든다는 사실을 탐사보도로 밝혀낸 바 있다. 국내 발전업계도 드랙스의 목재펠릿을 수입하고 있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목재펠릿의 83%는 수입산으로, 캐나다 외에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생산된다. 이들 펠릿은 현지에서 각종 환경오염을 유발하며, 불투명한 공급망으로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힘들다. 삼성물산, GS글로벌 등 국내 유수 기업에 펠릿을 납품하는 베트남의 최대 목재펠릿 업체 중 하나인 안비엣팟에너지(An Viet Phat Energy)는 지난 10월 산림관리협의회(FSC) 친환경 인증을 박탈당한 바 있다.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BD COP15)를 맞아 세계 석학들이 산림바이오매스 에너지를 생물다양성 손실과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세계 정상들에게 바이오매스 의존 중단을 촉구했다.
미국 터프츠대학교 윌리엄 무마우 명예교수 등 750여명의 세계 과학자가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 영국 정상 앞으로 산림바이오매스 사용 중단 촉구 성명에 참여했다.
이달 7~19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CBD COP15를 맞아 과학자들은 산림바이오매스에 대한 오해로 환경파괴가 자행되고 우려했다.
이들은 서신에서 "많은 국가가 산림바이오매스가 '탄소중립적'이라고 잘못 여기는 바람에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고자 산림바이오매스에 의존해가고 있다"며 "이는 숲을 가장 필요로 하는 지금, 오히려 숲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바이오매스를 목적으로 발전소에서 태워지는 목재펠릿의 대부분은 업계가 주장하는 벌채 부산물과 잔여물이 아닌 통나무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과학자들은 "숲은 화석연료 연소로 인한 모든 배출량의 거의 3분의 1을 흡수하는 능력 덕분에 흔히 '지구의 허파'라고 불린다"며 윤 대통령을 비롯한 정상들에게 "귀국이 산림 바이오에너지에 대한 모든 의존을 끝내고, 종국에는 풍력과 태양광과 같은 대안 재생에너지원으로 완전히 전환하기를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바이오매스는 산림파괴의 주범으로 세계적인 비판을 받는다. 과학자들은 이번 서신을 통해 "이런 벌채로 카리부(순록) 등 법정보호종이 위협받고 있다"며 "숲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 생물종의 중요한 피난처로서 미래의 생물다양성에 더욱 중요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산 목재펠릿의 42%도 2021년 기준 원목으로 만들어졌다. 이는 2020년 29%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원목이 아닌 미이용바이오매스도 2019~2021년 사이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 때문에 과도한 양의 나무가 땔감으로 태워진다는 지적이 인다.
이런 바이오매스 발전은 같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할 때 석탄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만, 경우에 따라 청정 재생에너지인 태양광ㆍ풍력보다 높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받고 있다.
서신을 준비한 미국 천연자원자원보호협회(NRDC) 엘리 페퍼 부국장은 "이번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의 목표는 2030년까지 세계 육지와 바다의 30%를 보호하고, 6000억~8000억달러(약 791조~1055조원)가 부족한 자연보전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각국은 반(反)자연적 보조금을 친(親)자연적 보조금 전환하고자 협상 중인데 바이오매스 벌채는 이러한 노력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서신은 12월8일 기준 745명이 서명했으며, 아직도 과학자의 참여 서명을 받고 있어 연명인은 더욱 늘 전망이다. 주최측은 서명 참여를 마감한 뒤 서한을 각국 정상에게 보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