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지아 기자] 주주총회의 시즌이 한창이다. 사전적 의미로 '주주총회'는 주식회사의 경영주체는 주주이며, 그 주주가 소유주 수에 따라서 의결권을 행사하고 주식회사의 의사를 결정하는 최고기관을 말한다. 이사회의 결정으로 대표이사가 소집하고, 정기주총은 결산기가 종료되고 석달 이내에 개최한다.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그 다음해 3월말까지 정기주총을 열어야 한다. 주총결의가 필요한 긴급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임시주총을 열 수 있다.
또 발행주식수의 5% 이상을 소유한 주주도 이사회에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할 수 있다. 주주는 1주당 1개의 의결권을 가지며 의결권 행사는 직접 참석은 물론 위임장을 작성해 대리인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2개 이상의 주식을 가진 주주는 서로 다르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의결권이 없는 주식을 가진 주주 등 경우에 따라서는 의결권이 제한되기도 한다.
주주총회는 대부분 보통결의(과반수 출석, 출석주주 과반수 찬성)가 적용되지만 정관변경, 자본감소(감자), 영업양도, 이사해임 등은 특별결의(과반수 출석, 출석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가 필요하다.
이런 주주총회가 이미 시끌벅적하게 끝난 기업도, 조용히 갈등을 덮으려고 최선을 다해 주총을 진행한 기업도 있다. 4월 개최될 주총을 긴장하며 준비중인 기업도 많다. 3월 전체 전자공시에서도 눈길을 끄는 단어는 단연 '주주총회'와 '경영권 분쟁'이었다.
◆'200억대 횡령·배임' 한국타이어 조현범 구속기소
한국타이어는 지난 3월29일 정신없는 주주총회를 진행했다.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한국타이어지회 조합원들이 이날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국타이어에서 열린 주주총회 대응 기자회견을 열였고, 이들은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을 비롯해 경영진, 이사진의 사퇴와 대전공장 정상화를 촉구했다.
지난 27일 계열사 부당지원과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사의 오너 조현범(51) 회장. 조 회장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3610억원이 넘는 채무를 지게 됐고, 매년 대출 원리금 및 증여세 분할 상환에 약 400억원 이상이 들어가자 회삿돈을 유용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또 수사 과정에서 한국타이어가 자동차 운행기록부 허위 작성·제출, 압수수색 직후 법인차량 은닉, 핵심 관계인 회유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사실도 확인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이날 조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조 회장은 한국타이어가 2014년 2월∼2017년 12월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로부터 약 875억원 규모의 타이어 몰드를 사들이면서 다른 제조사보다 비싼 가격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한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이를 통해 한국타이어는 약 131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친분있는 건설사와 부당거래도 밝혀져 해당 '우암건설'에 압수수색이 진행, 수사가 진행중이다.
이같은 오너가의 횡령 배임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이 있어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이사 보수 한도를 50억원에서 70억원으로 증액했다. 현재 한국타이어 사내·외이사는 27일 구속기소 된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 등 7명이다. 이들에게 실제 지급된 보수 총액은 49억원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회장이 비리로 구속돼 리더십 부재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이사 보수를 늘리는 것은 부적절한 결정이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측은 "임원 인센티브 제도 개선에 따라 단기(연 1회 지급) 및 장기(3년에 1회 지급)로 나눠서 지급되던 인센티브를 통합해 매년 분할 지급하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국타이어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주당 800원 현금 배당하는 안건도 의결했다. 한국타이어 주주총회 이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주주총회에서도 70억원의 이사보수 한도 안건이 통과됐고, 사외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4월4일 주총앞, 아워홈 '남매갈등' 재점화…구본성 전 부회장 3000억원 배당 요구
오너가 집안싸움에 주주총회 분위가 사전부터 걱정되는 기업도 있다. 지난 3월23일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이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2966억원을 지급하라고 회사에 요구, 오는 4월4일 주총 안건으로 올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기에 창립자 고(故) 구자학 회장의 장녀인 구미현씨도 24일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456억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배당금으로 2966억원을 요구한 데 이은 제안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아워홈의 지난해 순이익은 250억원 정도인데, 오너가 장남과 장녀가 각각 12배와 2배를 배당할 것을 요구한 셈이다. 아워홈은 이들의 배당 요구안을 내달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려야 한다. 현재 아워홈이 올린 배당 지급 총액은 30억원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구 전 부회장의 안건이 통과되거나, 구미현씨의 안건이 통과될 경우 아워홈은 경영상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회사의 경영사정과 아랑곳 없이 오너가 세력다툼에 회사 경영이 도마위에 오른 것은 주주들을 무시하는 이기적인 행동들"이라고 비난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참고로 아워홈은 창립자인 고(故)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1남 3녀가 전체 주식의 98%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장남인 구 전 부회장이 지분 38.6%를 가졌고, 구지은 부회장과 미현·명진 세 자매의 합산 지분이 59.6%다. 구 전 부회장은 지난 2021년 6월 여동생 3명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패배해 해임됐고 이후에도 경영권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경영권 갈등' 고려아연, 주총서 표대결 없어…모두 원안 통과 "한시름 놨다"
창업주 집안 간 경영권 분쟁으로 주주총회가 엉망이 될 뻔한 고려아연은 주총에서 별다른 갈등 없이 안건을 모두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특히 이사회 구성을 놓고 표 대결이 펼쳐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원안대로 의결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17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 건과 사내외이사·기타비상무이사 선임의 건,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개정 승인 건 등 6개 의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고려아연은 신임 사내이사로 박기덕 사장과 박기원 온산제련소장, 신임 사외이사로는 권순범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를 선임했다.
또 김보영 한양대 경영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하고 최내현 켐코 대표이사 사장을 기타 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최 사장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사촌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이날 주총에서 고려아연을 이끄는 최씨 일가와 모그룹인 영풍을 이끄는 장씨 일가 간 갈등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우려했지만 예상과 달리 표대결은 없었다.
◆"아들주려고…" 경영권 승계위해 자금마련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오늘(31일) 열리는 태광산업 주주총회에서는 △제62기 재무제표 승인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주주제안) △이사 선임 건(사외이사 최영진, 남유선)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건(최영진, 남유선) △자기주식 취득 건(주주제안) △임원 퇴직금 규정 변경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 건 등을 상정한다.
이번 태광의 주총에 대해 기업지배구조 전문연구소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태광산업 주총 안건을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정관 일부 변경과 주식분할 승인 안건은 소액투자자의 접근성 제고와 거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찬성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단체는 "태광산업의 현재 주가 수준은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기에는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이고, 소액투자자가 거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가 어렵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이 밖에 CGCG는 태광산업의 사외이사 선임과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건에 대해 모두 반대 의견을 냈다.
특히 사외이사 후보에 오른 최영진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이 상법상 사외이사에 오를 자격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 후보는 과거 1992년부터 2017년까지 감사원에 재직한 바 있으며 지난해 3월 태광산업 계열사 대한화섬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돼 활동 중이다. 시민단체들은 이에 대해 "대한화섬은 상법상 이 회장의 특수관계인 법인이고, 그 이사 집행임원 감사 역시 특수관계인에 해당하기에 최 후보는 최대주주 이 회장의 특수관계인에 해당돼 태광산업 사외이사 자격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총수일가의 비리로 어수선한 때에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총수 일가 소유 회사의 김치와 와인을 계열사들에 강매한 태광그룹을 제재한 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6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흥국생명 등 태광 계열사 19곳이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등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이 전 회장 측 패소 취지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은 이 전 회장에게도 제재가 내려져야 한다며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태광 계열사들의 김치·와인 매입이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이며 "이 전 회장이 이 거래에 관여했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대법원 판결로 앞서 이 전 회장을 무혐의 처분한 검찰이 재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정위 고발로 태광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2021년 이 전 회장을 불기소하고 경영기획실장만 재판에 넘겼다. 이 전 회장이 재무 상황을 보고받거나 범행을 지시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게 근거였다. 계열사들에 대해선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이 내려진 점을 감안해 기소유예나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