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지아 기자] STX그룹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를 이유로 20억원대 증여세 부과에 불복해 소송을 냈던 강덕수 전 STX 회장이 결국 최종 패소했다.
지난 9일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강덕수 전 회장이 서초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결정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다"고 9일 밝혔다.
앞서 강 전 회장은 지난 2013년 11월 그룹 계열사 사이에 '일감 몰아주기'를 이유로 26억8000여만 원의 증여세를 부과 받자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고, 세무당국은 "STX 대주주로서 그룹 경영권을 행사하던 강 전 회장에게 증여세 부담의 책임이 있다"고 봤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제45조의3은 대기업 계열사가 내부거래로 얻은 매출액 비중이 30%를 넘으면 그 법인의 지배주주나 친족이 증여받은 것으로 간주해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한다. 기업집단 계열사 사이 내부거래를 통한 편법 증여(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기 위해 2011년 신설된 법 조항이다.
강 전 회장 측은 "지배주주가 실제 얻은 이익이 아닌 미실현 이익을 기준으로 증여세를 매기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과 2심은 강 전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지배주주 등은 의결권 등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이익을 배당하거나 내부에 유보하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얻은 이익을 기초로 지배주주 등의 증여이익을 계산하는 것이 입법 재량에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강 전 회장은 자회사들 간 이익을 주고 받았더라도 지주회사 지분을 보유한 자신은 '자기 증여'에 해당해 증여세 부과대상이 아니거나 면제된다고 주장했다. 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증여자와 수증자가 동일한 '자기 증여'는 증여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법원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증여자인 특수관계법인의 주주가 동시에 수증자인 수혜법인의 주주더라도 자기 증여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기각했다.
앞서 강 전 회장은 회삿돈 총 557억원을 횡령하고 계열사 자금 2840억여원을 개인 회사에 부당 지원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강 전 회장은 지난 2020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됐다. 변 전 대표와 이 전 전무도 강 전 회장의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고,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당시 대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횡령·배임 액수는 총 910억 5000만원에 달한다. 지난 2016년 STX중공업은 이 같은 강 전 회장 등 3명의 전 임원이 변제 가능성이 없는 STX건설의 채권을 아무런 담보 조치 없이 매입하도록 해 손해를 봤다며 2016년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들은 업무상 배임 행위로 인해 STX중공업이 현실적으로 손해를 본 것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배임 행위를 한 즉시 STX중공업이 42억7000여만원의 손해를 현실적으로 입은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강 전 회장 등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통해 회사가 손해 본 것이 없음을 재차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날 항소를 전부 기각했다. 강 전 회장은 최근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올라 사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