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지아 기자] 서울시 여의도에 거주하는 회사원 김씨. 최근 음식을 배달할 때마다 '손가락 품'을 팔아야 한다. 김씨는 일단 음식 메뉴를 고르고 음식점을 정한 뒤에 배달 앱 2-3개 검색은 기본으로 해야 한다. 가장 유명한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앱에서 같은 식당을 클릭해 '배달비'를 체크, 쿠폰과 할인 이벤트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배달비가 같은 경우에는 할인이벤트나 쿠폰 할인을 해야 그나마 저렴하게 배달을 시킬수 있다"는 김씨. "1인 음식을 주문하는데, 음식 가격의 50%를 다시 배달비로 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배달앱마다 비교 검색하고 할인을 받아야 그나마 2000~3000원 배달비로 음식을 시킬수 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코로나 엔데믹 시대가 가까워 졌다. 코로나19 당시 한집 건너 한집에 배달을 했던, 일명 '배달의 나라'로 유명세를 누렸던 배달 음식점과 배달 업체들의 최근은 어떨까. 결론적으로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던 사람들 대부분이 1위 플랫폼만을 겨우 이용하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배달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같은 배달앱 쏠림 현상의 원인은 '여전히 비싼 배달비'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 4월11일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인 '오픈서베이'가 지난 3월26일부터 27일까지 국내 20∼59세 성인 2000명을 조사한 결과 배달앱에 대한 이같은 결과가 조사됐다.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배달 서비스 트렌드 리포트 2023'에 따르면, 현재까지 '음식을 배달해 먹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30.1%다. 지난해 39.4%인 것에 비하면 9.3%포인트 감소했다.
'포장 주문을 이용한다'는 비율은 지난해 26.2%에서 올해 24.3%로 줄었다. 반면 매장에서 취식한다는 비율은 작년 34.4%에서 45.5%로 11.1%나 늘었다.
이같은 대조적인 결과도 엔데믹의 시대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현상에 배달을 주로 하던 음식점들은 "코로나가 끝나가는 분위기라 배달 수요가 크게 줄었다"며 "그렇다고 배달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건비도 물가도 계속 올라 원재료 가격에 맞게 수요를 충당하려면 음식값도 배달비도 더 낮출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코로나19 시절과 비슷하게 영업을 계속해야 하는 업체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런 업체들이 '바가지 영업을 하는게 아니냐'는 시선이 대부분이다.
배달음식을 주로 이용한다는 한 직장인은 "코로나19 때문에는 배달음식을 시킬수 밖에 없던 절박한 이유가 있었기에 배달비가 비싸도 배달을 시켰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외식도 할수 있고, 음식점에서 먹을수도 있는 등 고객의 선택폭이 넓어졌는데도 왜 배달비는 내려가지 않는지 궁금하다"고 성토했다.
"배달주문이 줄었다면 다시 고객 유치를 위해서라도 배달비를 낮게 받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한 가정주부 B씨는 "배달비는 코로나19때와 똑같이 받으면서 배달시간은 예전보다 더 늦어졌다"고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부 음식점 관계자는 "배달 인건비는 예전과 같지만 배달주문 건수가 줄어들면서 음식점에서도 고육지책으로 배달을 한꺼번에 받아서 한번 배달할 때 여러곳을 배달할수 있도록 조율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배달 거품은 꺼졌지만, 최근 물가와 인건비까지 높아지는 등 경제상황을 고려한다면 배달서비스를 이용하는 업체도, 배달을 이용하려는 소비자들도 이중으로 가격 부담이 생길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오픈서베이 설문조사에서도 배달 이용이 1년 전보다 줄었다는 이들 중 83.9%(중복 응답)는 '배달비가 비싸져서'를, 56.9%는 '배달 음식 가격이 비싸져서'를 이유로 꼽았다. 특히 배달 이용 비중 자체가 감소하면서 이용자들은 1위 플랫폼인 배달의민족(운영사 우아한형제들)으로 집중되는 경향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달의민족의 최근 3개월 내 이용 경험은 79%, 2위 요기요(운영사 위대한상상)는 37.8%. 3위 쿠팡이츠(운영사 쿠팡)도 22.1%인 것으로 집계됐다. 주로 이용하는 배달 앱으로 배달의민족을 꼽은 비율은 65.4%, 요기요는 16.3%, 쿠팡이츠는 5.9%였다.
설문조사에서 소비자들이 배달의민족을 쓰는 주된 이유로는 '익숙하고 오래 이용했다', '등록 가게 수가 많다' 등의 답변이 많이 나왔다. 반면 요기요는 '할인쿠폰과 이벤트가 다양하다', 쿠팡이츠는 '배달 속도가 빠르다'는 평가도 나왔다.
오픈서베이측은 "배달 앱 성장 둔화 원인으로 엔데믹 이후 늘어난 외식 빈도와 높은 배달비가 자주 언급됐다"면서 "지난해부터 배달비가 높다는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올해는 물가 상승과 겹치며 소비자 부담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앞으로 배달음식 문화는 지속해서 사라질 수밖에 없으며, 배달 인력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배달 인력이 감소하는 이유로는 코로나19 특수를 노린 인력들이 많았기 때문에 주문량이 줄어들면서 인력도 대거 빠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인력 수급 및 해결책을 음식점마다 고심해야 할 때가 왔고, 비싼 배달비에 대한 조율도 현실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