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정소영 기자] 지구 최대의 생태 보고인 아마존에서 최근 범죄조직이 가담한 불법 금 채굴이 횡행하고 있는 가운데, HD현대건설기계의 중장비가 아마존 산림을 파괴하는 채굴에 가장 많이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중장비 판매를 중단하라는 국제환경단체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현대 중장비 아마존 파괴 동원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아마존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불법 금 채굴과 그로 인한 생태계 파괴, 원주민 피해 실태를 고발하고, 최근 아마존 파괴를 가속화하고 있는 굴착기 사용 현황과 문제점을 조사한 보고서(‘아마존 파괴의 조력자: HYUNDAI 중장비가 동원된 금 채굴로 인한 아마존 우림과 원주민 공동체 파괴’)를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년여 동안 아마존 금 채굴의 95%가 집중된 야노마미, 문두루쿠, 카야포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항공 촬영을 통해 채굴 현장을 조사한 결과, 아마존 불법 채굴 현장에 동원되고 있는 중장비 10대 중 4대는 현대건설기계 굴착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피스는 “이들 지역은 채굴이 법으로 금지된 원주민 보호구역이지만, 금이 많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범죄조직이 가담한 불법 금 채굴이 활개를 치고 있다”며 “조사 현장에서 발견된 중장비는 모두 176대로 이 가운데 75대가 현대 중장비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건설기계 굴착기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2%에 불과하지만,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점유율은 43%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며 “현대건설기계 중장비의 현지 판매업체 BMG는 경쟁 브랜드에 비해 불법 채굴 현장과 가까운 곳에 대리점을 집중적으로 설치하고, 불법 채굴업자들에게 금융 지원을 제공해 점유율을 높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업체 대표인 로베르토 가츠다는 지방의회 공청회에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이타이투바(Itaituba, 불법 금 채굴의 중심 도시) 지역에서만 현대건설기계 굴착기 600대를 채굴업자들에게 팔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 아마존 불법 채굴 현장은 HD현대건설기계 굴착기 매출의 중심
앞서 2021년 10월 배포된 현대건설기계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1년 7월 현대건설기계 브라질 공장의 누적 굴착기 생산 대수가 1000대를 기록했다.
이에 그린피스는 “브라질 생산 대수 중 최소 60% 이상이 이타이투바 채굴업자들에게 팔렸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며 “불법 금 채굴에 활용되는 굴착기 판매가 현대건설기계 굴착기의 매출의 중심이라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2020년 브라질 검찰은 이들 유압식 굴착기가 불법 채굴 규모의 급격한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고 보고, 탐문적 정보수취 성격의 행정 수사절차인 ‘민사수사’를 시작했다. 현대건설기계 브라질 현지법인(BMC) 등 중장비 업체들에게 굴착기가 불법 채굴 현장에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효과적인 통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또 불법 현장 투입을 감시할 수 있는 GPS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지 물었으나 현대건설기계 측은 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답변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린피스는 “이처럼 아마존의 불법 채굴에 유압식 굴착기가 대거 동원되면서 최근 몇 년 새 아마존 파괴가 유례없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불법 채굴로 파괴된 열대우림의 연평균 면적은 앞선 10년 평균에 비해 세 배로 커졌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브라질에서 채굴로 사라진 산림은 서울 면적의 3.5배(212,504ha)에 달했으며, 90% 이상이 아마존 생태 지역에서 벌어졌다”며 “수천 년 동안 자연과 함께 살아온 원주민들의 피해는 참담한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브라질 보건부는 지난 4년 동안 야노마미 지역 원주민 어린이 570명이 불법 금 채굴로 인한 영양실조와 수은 중독, 말라리아 등으로 사망한 것과 관련해 지난 1월 이 지역에 의료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브라질 연방환경청(IBAMA)은 아마존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단속을 통해 유압 굴착기를 발견하면 불태우는 등 기계 운용을 정지시키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중장비 사용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12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다니클레이 디 아기아르(Danicley de Aguiar) 그린피스 브라질 아마존 선임 캠페이너는 “중장비가 도입되면서 원주민 땅에서 불법 채굴의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굴착기는 채굴 속도를 높여 수작업으로는 몇 주가 걸리는 작업을 몇 시간 만에 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건설기계 중장비는 아마존 원주민뿐 아니라 거대한 생태 보고인 아마존을 파괴, 지구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며 “현대건설기계는 자사의 이익보다 지구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우선시해 자사의 굴착기가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사용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HD현대 친환경 경영 뒤흔든 ‘아마존의 눈물’
앞서 현대건설기계는 2021년 ESG비전을 선포하고, 탄소중립 실현과 자연생태계 보존 등을 위한 지속가능경영 실천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또한, 현대건설기계는 환경문제에 대한 예방적 접근을 지지하고 인권 경영을 다짐하는 유엔글로벌콤팩트에 2021년 12월 가입하는 등 친환경기업 행보에 나서고 있다.
올해 초 열린 CES2023에서 HD현대 정기선 대표이사 사장은 “그동안 인류가 너무 오랫동안 지구 환경에 지속 불가능한 압력을 가해 왔다”며 “지금의 환경 위기가 돌이킬 수 없는 환경 파괴에 대한 마지막 경고일지 모른다”고 연설하며 친환경 경영을 강조했다.
현대건설기계의 이 같은 상반된 행보와 관련해 그린피스는 “(현대건설기계는) GPS-연동장치 도입을 비롯 자사의 장비가 원주민의 땅, 보호구역, 보전 가치가 높은 생태계 구역에서 파괴적인 활동에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할 수 있을 때까지, 고위험 지역의 사업을 중단하고 생태계를 복원하고 원주민 피해 복구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번 그린피스 아마존 불법 채굴 중장비 동원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 ‘아마존 파괴의 조력자: HYUNDAI 중장비가 동원된 금 채굴로 인한 아마존 우림과 원주민 공동체 파괴’는 한국어·영어·포르투갈어 3개 언어로 전 세계 동시에 공개됐다.
세계 55개국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그린피스는 “해당 보고서를 브라질 검찰에 제출할 계획”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현지 검찰이 중장비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법원에 공익 민사소송을 제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현대건설기계의 유의미한 약속이 있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국제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