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Jtimes=정소영 기자] 국내 최대 자동차 수출입 항만인 평택항과 유럽 주요 항만을 잇는 '녹색해운항로'가 연간 140만톤의 탄소 감축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40만톤의 탄소양은 약 1억 6000만 그루의 소나무가 1년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에 해당하며, 국내 자동차 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와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 전략으로 주목된다.
기후솔루션은 지난 23일 발간한 보고서 '탄소중립을 위한 대한민국-유럽 녹색해운항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보고서는 평택항과 독일 브레머하펜, 벨기에 앤트워프, 영국 사우샘프턴 등 유럽 주요 항만을 연결하는 자동차운반선 항로에 탈탄소 해운 모델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하는 글로벌 해운업의 탈탄소 전략으로 녹색해운항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녹색해운항로'란 무탄소 연료 선박을 운영하고, 항만의 전력 공급을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전환하는 종합 전략이다. 그동안 컨테이너선 중심으로 논의돼 온 녹색해운항로를 자동차운반선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평택항, 유럽행 녹색항로 구축에 최적지
평택항은 최근 3년간 유럽행 자동차운반선 운항 횟수가 연 430~450회에 달할 만큼 물동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국내 수입차 물동량의 95% 이상을 처리하는 등 자동차 물류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민간 주도로 유연하게 운영되는 항만 구조는 시범사업 추진에 유리한 조건으로 꼽힌다.

보고서는 이 녹색항로의 주요 연료로 '그린 메탄올'을 제안했다. 그린 메탄올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낮고 기존 선박의 연료공급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어, 현실적인 대체연료로 평가된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그린 메탄올 사용 시 기존 화석연료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약 70%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수치를 평택-브레머하펜 항로에 적용할 경우, 연간 약 14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단계별 연료 수급 전략·민관 협력 강조
보고서는 그린 메탄올 수급체계 구축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울산항을 벙커링 거점으로 활용하고, 장기적으로는 평택항 인근에 e-메탄올 생산기반을 조성해 자립적인 공급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녹색해운항로 구축을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친환경 연료는 초기 투자비용이 높은 만큼, 정부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이 병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발의된 '녹색해운항로특별법'이 올해 국회를 통과해 내년 시행되면, 2027~2028년경 평택-유럽 간 항로의 본격적인 운영도 가능할 전망이다.

보고서의 저자인 기후솔루션 해운팀의 한주은 연구원은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유럽과의 녹색해운항로가 새로운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며 "한국은 해운 탈탄소화를 주도하는 유럽과 함께, 평택항을 중심으로 민간 주도의 시범 항로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IMO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유럽연합의 규제 강화에 대응하여 국내 선사와 조선업계의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녹색해운항로 구축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