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한이웅 논설위원] 한국경제의 근본이 가공무역이고, 무역을 통해 이익을 내고 외환을 쌓아나가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들 요인 중 한국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외환보유고는 2021년 11월 4692억1000만 달러에서 2022년 8월 3일 기준 4386억1000만 달러로 9개월간 306억 달러(6.52%) 감소했다.
외환보유고 감소세의 경우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당장은 진정이 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역수지가 적자이기는 하나 수출은 꾸준히 늘고 있으며 경상수지는 버텨내고 있다. 다만 올해 8월 무역수지 적자 폭이 급격히 증가한 상황에 대해서는 철저한 분석과 꼼꼼한 대응이 필요한 부분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미-중 갈등의 변이 등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부정적 요소지만 그 외의 나머지 부분은 긍정적인 요소로 볼 수 있다.
예컨대 최근 유가가 하락 중이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번 겨울 넘기고 장기전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는 점, 공급망 및 물류 문제가 이제까지 보다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 갈수록 코로나19의 제약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점 등이 그것이다.
2022년 상반기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6%가 늘었음에도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22년 상반기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26.2%가 늘었기 때문으로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면 충분히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
다만 외환보유고는 좀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부분으로 보인다. 지난 1995년 중남미 금융위기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미국의) 양적완화→테이퍼링→금리 인상→금융/외환위기 →자산가치 폭락→(미국 등 선진국 편향의)부의 재분배’라는 전형적 공식, 소위 ‘양털 깎기’였던 것을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한국의) 원화 약세/강달러→외화유출→금융/외환 리스크 증대→자산가치 폭락→국부 유출’로 이어지는 1997년 외환위기 테크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감안하면 한덕수 총리가 지난 7월 26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의에서 외환보유고와 미국과 통화스왑체결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외환위기 아니다. 통화스왑 필요 없다”고 한 것은 최악의 상황을 다시는 겪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할 행정부의 수장으로서는 다소 경솔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미-중 갈등 심화가 우리에게 미칠 영향과 관련해서는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하는 미국으로서는 통상적 경제교류에 대한 중국 제재(추가 관세 부과)가 미국 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자 여러 곳에서 관세 인하 요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에 대한 대책 중 하나로 통상적 무역이 아닌 하이테크 분야에 집중해 중국의 발전을 꽁꽁 틀어막는 것으로 전략적 목표를 수정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이 전략이 미국이 반도체 설계 역량은 물론 관련 장비 부품과 원료 특허 등을 장악하고 있는 것을 베이스로 깔고 있는 것인 만큼 한국이 결국 미국 주도의 칩4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칩4가 되면 최근 미국이 입법한 반도체법(Chips & Science Act)에 따라 “미국의 지원을 1달러라도 받은 기업은 중국 또는 우려되는 국가(미국의 적대적 관계 국가)들과 반도체 제조의 물질적 확장과 관련된 중대한 거래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것에 영향을 받게 된다.
칩4에 합류하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서 각종 혜택과 지원을 받게 되므로 당연히 반도체법 적용 대상이 되고 중국과 반도체 관련 현재 상황 이상의 거래 및 교류 확대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중국에 대한 하이테크 제재는 반도체로 시작을 알리는 것으로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