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지아 기자] #.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최아무개 씨(43)는 최근 해외 출장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회사측에서 출장 일정을 몇 달 뒤로 미루라는 지시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최씨는 대부분 국외 일정이라 미리 예약한 비행기 티켓, 호텔바우처 등을 비서를 시켜 취소했다. 현지 미팅 대상자들에게도 일일이 전화를 걸어 취소 양해를 구해야 했다.
#. 중소기업에 다니는 박아무개 씨(35)는 최근 전체 회의 일정을 모두 2-3명 이내로 바꿔 진행하는 '쪼개기 회의'로 변경했다. 회사 내부에서 전체 지침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지만 수출품 등과 관련해 전체 회의가 많은 회사이나 최근 코로나19가 다시 확산 추세에 있어 '쪼개기 회의' 등으로 업무를 봐야 했다.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여름휴가철 까지 겹치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높다. 전국에 발생한 코로나19 신규확진자 수는 7월26일 (오후 9시 기준) 9만7000여 명, 27일(새벽 0시 기준) 10만285명이다. 다시 10만명이 넘었다.
정부는 여름 휴가철에 활동성이 높은 젊은 층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퍼질 경우, 하루 확진자 수는 8월 말 최대 28만 명을 예상했다. 의료계 종사자는 이런 정부 예측치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정부가 별다른 대책 없이 '마스크 쓰기' 등 원론적 해법만 되풀이하고 있는 상태에서 코로나19의 확산세는 결국 '개개인의 방역이 해답'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대에 근무 중인 K의사는 "백신투여는 국민의 80%가 달성했기 때문에 이제는 온전히 '자율방역', '각자도생'에 의존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의료계 종사자도 "정부는 최근 확산세에 국민의 자율적인 거리두기 실천방안을 발표했지만 기존의 마스크 쓰기, 모임 자제 등 거리두기를 권고하는 수준밖에 안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이 연출되면서 '재택근무'와 '확진자 발생'으로 피해를 입어봤던 기업들이 다시 방역지침 강화에 나섰다.
모기업의 K대표는 "건물 한 층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건물 한 층의 200-300명의 직원들이 모두 출근을 못하고 방역과 함께 재택근무로 돌입했던 기억이 있다"며 "손해가 많았고, 업무 효율은 최저였다. 직원들은 나름 코로나19로 인해 회사 방침에 따른 것일뿐이겠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모든 경영상태가 30%로 축소되는 셈이었다"고 회상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P대표도 "코로나 확산으로 직원들이 너도나도 가정에서 확진자가 생기면서 출근이 힘들어지는 상황이 연출됐고, 확진자에 대한 전염 위험으로 함께 일한 직원들도 출근을 못하게 했다"며 "울며 겨자먹기로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해야 했고, 직원들의 건강이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지속적인 적자를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아픈 기억과 경험을 토대로 최근 기업들은 정부의 '거리두기' 방침이 나오자마자 비상이 걸린 셈이다. 기업 자체적으로 출장을 취소하고, 대폭 자제하는 등 사칙을 정했다. 회식을 중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회의도 3명 이상 모여서 진행하지 않도록 했다.
회사의 단호한 방침을 경험하는 직원들은 "벌써 일상 회복 수준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는 느낌을 전하기도 했다.
실례로 삼성전자는 국내외 출장을 가급적 자제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인원을 최소화하라고 공지했다. 삼성전자는 우선 간담회를 포함한 회식과 대면 회의·교육·행사를 자제해 달라고 권고했다. 또한 국내 및 해외 출장을 가급적 자제하되 불가피한 출장 시 인원을 최소화할 것을 주문했다.
50세 이상은 4차 백신을 접종해야 출장이 허용된다. 이에 따라 다음 달 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삼성 갤럭시 언팩 2022'의 출장 인원도 당초 계획보다 대폭 줄어 필수 인력만 파견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번 언팩에서 새 폴더블폰을 선보이고, 이를 삼성전자 홈페이지에서 생중계한다. 뉴욕 현지에서는 간담회와 함께 체험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추세라면 오는 9월2일부터 6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IFA 2022'에도 최소한의 인력만 파견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그룹 역시 출장을 제한했다. 현대차는 BA.5 변이 확산과 휴가철 이동량 증가, 신규 확진자 급증 등 코로나19 재유행을 고려해 기존 방역지침을 최근 강화했다. 교육·행사·회의를 비대면으로 하도록 권고했고, 국내 출장도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또한 사적모임 등 업무 외 활동도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LG그룹은 휴가 복귀 시 자가 검사에서 음성이 확인돼야 출근하도록 했다. 포스코는 8월7일까지 특별 방역 기간을 운영하고, GS그룹에선 GS칼텍스가 회식 중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업들의 행보에 "적극적인 방역 자세는 정부의 거리두기 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효율적일 것이다"며 "기업들의 이 같은 방역 방침이 국민들 가까이에서 이뤄지면 늘어나는 신규확진자 숫자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